*비건(Vegan) 요리? 육류, 유제품, 알류, 어패류 등 각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
목련, 매화, 벚꽃. 거리에 봄기운이 완연한데 집 마당은 아직도 겨울 같다. 이맘때면 또 한 번의 겨울을 이겨내고 은행나무와 키위나무에 새순이 났을 텐데, 갑자기 나무들이 다 잘린 탓에 더는 못 볼 풍경이 됐다. 꿈에 원래 키보다 훨씬 큰 은행나무가 나타났다. 황과 나는 커다란 은행나무를 우러러보며 절을 두 번 올렸다. 풍경을 갑자기 잃으니 꿈에서도 감정을 처리하려고 애를 쓴다.
황이 허허벌판이라 햇빛은 잘 들어온다고 텃밭을 해보자 했다. 한 평 짜리 텃밭을 만들어 청상추, 적상추, 깻잎 씨를, 작은 화분들에는 루꼴라, 고수, 바질, 로즈마리 씨를 뿌렸다. 물 주고 햇빛 쬐니 새싹들이 배죽 얼굴을 내민다. 죽을 줄 알았던 키위나무에서는 진액이 뚝뚝 떨어진다.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아 가엾으면서도 그 생명력 덕에 나도 힘을 내고 있다.
병아리콩을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중불에 한 시간 동안 끓인다. 콩을 손으로 눌렀을 때 잘 부서지는 상태가 되면 물에서 건져내고 마늘, 소금, 쯔란, 참깨, 후추를 넣는다. 이번엔 절굿공이로 찧어보았는데 믹서에 간 것보다 훨씬 씹는 맛이 좋았다. 재료가 고루 빻아지고 난 후에 올리브유와 콩 삶은 물을 넣어 되직한 정도를 조절했다. 빵은 통밀가루, 강력분, 물, 드라이 이스트, 소금으로 반죽을 하고 냉장실에서 저온숙성했다. 반죽을 꺼내 찬기운을 빼고 두 번 더 반죽하고 휴지 시킨 후에 오븐에 구워냈다.
봄이 되면 쑥된장국을 꼭 먹는다. 새해에 떡국보다 봄에 쑥된장국을 먹을 때에야 비로소 새날이 시작되는 것 같다. 어린 쑥을 끓는 물에 데쳐 흙과 불순물을 없앤다. 냄비에 물을 담고 된장을 풀고 쑥과 마늘을 넣어 푹 끓인다. 불을 끄기 전에 들깨가루를 양껏 넣는다.
앤초비 파스타를 먹고 싶었는데 혹시나 하고 유튜브에 비건 앤초비를 검색해 봤다. 이미 몇몇 외국 유튜버들이 레시피를 만들어놓았다. 재료에 우리나라 김이 들어가는 게 자랑스럽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따라 하는 재미가 있었다. 케이퍼, 레몬즙, 소금, 된장, 김, 올리브오일을 믹서에 갈아 소스를 만든다. 가지를 손가락 크기로 썰고 소금에 절여 수분을 뺀다. 조직이 단단해지면 소스에 절인다. 파스타면을 삶고 팬에 소스와 함께 버무려 볶는다. 앤초비처럼 부서지게 먹으려면 가지를 좀 더 얇게 저며야 할 듯하다.
좋아하는 채소들을 기름 두른 팬에 올려 굽는다.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감자는 팬에 먼저 넣어 노릇해질 때까지 구웠다. 그다음은 버섯과 고추. 가지와 양파는 오래 조리하면 물컹해져서 마지막에 넣었다. 이러나저러나 취향에 맞게 구워 먹으면 그만이다. 소스는 물, 간장, 당류,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들고 센 불에 채소와 함께 끓여 마무리했다.
쌀을 불려놓지 않아서 급하게 쌀국수를 찬물에 불렸다. 아뿔싸, 채수도 없어서 무말랭이로 국물을 냈다. 얼갈이배추, 다진 마늘, 양파, 감자, 된장을 넣어 된장국을 만들었다. 고수랑 같이 먹으려고 국물에 당류와 레몬즙을 추가했다. 쌀국수면을 넣어 끓여 먹으니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이었는데 무말랭이가 꼬들해서 씹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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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이렇게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