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푸른
안녕하세요. 여유와 설빈의 설빈입니다. 저희가 작년에 재미난 촬영을 했어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3집 [희극]으로 명반 특집 다큐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요. 이게 웬 떡이랍니까? 감사합니다 했죠. [희극]이 제주에서 탄생한 앨범이니만큼 촬영도 제주에서 하기로 했어요. 저희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서 라이브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걸로요.
촬영 시작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루에 사람들이 있었어요. 연출 정원과 상민, 작가 효정, 촬영감독 병규와 용백, 조연출 치호와 수진, 트럼펫터 보석까지. 사람들이 난로 주변에 모여 앉아 보이차를 마시고 있었어요. 좁은 마루에 사람들이 이렇게 들어찬 것은 예전에 집에서 공연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인 일이었네요. 이번 편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차근차근 보여드릴게요.
♪숨바꼭질
숨바꼭질은 집 마당에서 촬영했어요. 이 집은 지금은 떠나온, 저희가 5년 동안 살았던 곳이에요. 지은 지 100년도 넘은 오래된 주택이라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어요. 여름이면 잔디가 무성하게 자라나 잔디깎이를 주기적으로 돌려야 했는데요. 쑥쑥 자라나는 풀을 보며 우리가 풀보다 덜 부지런하단 것을 깨닫곤 했지요.
라이브 촬영에는 음향으로 [희극]을 함께 작업했던 경덕이 참여했고, 인도 도와주었어요.
집이 무대가 되니 새로워요.
날이 추워 난로를 켰어요. 난로 위에 고구마를 올려두고 불을 쬐다가
뜨끈한 군고구마 향이 모락모락 올라오면
맛있게 까먹었고요.
사진 찍고 수다 떨고 했어요.
♪푸른
푸른은 거실에서 촬영했어요. 거실은 푸른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해요. 노래를 만들 당시에는 좌식생활을 했었는데, 어둑어둑한 밤에 방바닥에 앉아 기타 줄을 튕기며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
맞은편에는 많은 카메라와 분주한 사람들.
푸른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달이 뜬 새벽에 창문 너머로 고양이가 울고'. 집에 고양이들이 참 자주 왔어요. 오래된 초가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이라 천장 쪽 사이 공간에 고양이들이 올라가 쉬기도 하고 새끼도 낳았어요. 고양이 집에 저희가 얹혀살았던 셈이죠.
좋아했던 고양이들이 있어요. 첫 번째 고양이는 이사 들어올 때부터 만났던 다래. 마당에 열리는 키위와 색깔이 닮아서 성은 참씨 이름은 다래라고 지어주었어요. 우리를 졸졸 쫓아다니며 뭘 하든 항상 옆을 지키던 다래. 수세미와 나뭇가지로 장난감을 만들어 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발길이 뚝 끊겨 속앓이를 오래 했습니다.
두 번째 고양이는 아기 티가 나는 고양이. 다래 이후로 고양이들에게 이름 붙이지는 않았었는데 순식간에 마음이 갔던 고양이였어요. 어찌나 활기차고 사람을 좋아하는지 너 내 집사 할 거니 말 거니 따져 묻는듯한 느낌이었죠. 조금 고민하는 사이에 훽 가버렸지만요.
세 번째 고양이는 오래 보았던 고양이. 겁이 있으면서도 호기심이 많아, 제가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으면 근처를 서성였어요. 늘 30cm 정도의 거리는 서로 지켰던 사이인데, 수진이 우리 집에 고양이가 많이 온다는 걸 알고 추르를 사 왔어요. 안 먹을 줄 알았는데 냉큼 달려들더라는.
예전에는 유튜브로 이렇게 고양이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인터뷰는 매일 이루어졌어요. 날마다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를 했는데 첫날 인터뷰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왜 안 끊는 걸까, OK 사인이 오랜 시간 지나고 나온 거면 그때까지 분량이 안 나오는 건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는데 매일 반복되니까 나중에는 알겠더라고요. 일단 많이 받는 거였어요. 편집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했습니다.
인터뷰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정원과 효정은 패드를 열심히 봐요. 아마도 이번 편의 구성과 예정된 질문들, 지금까지 채워진 부분과 빈 부분들을 확인하는 거겠죠. 그런 모습들은 마치 본공연에 오르기 전 무대 뒤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것과 비슷해 보였어요.
묻는 것에 열심히 대답하고
좋아하는 노래 구절을 써보고
기타 줄도 살짝 뜯는 척을 했어요.
단란하게 보냈던 첫날 저녁에 다 같이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