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공감 명반 특집 '여유와 설빈'편 中

너른 들판, 시인과 농부, 메아리

by 설빈


♪너른 들판


♪시인과 농부


3집 작업을 하면서 머리가 굳는 느낌이 들면 종종 절물자연휴양림에 갔어요. 평상에 누워 블루투스 스피커로 작업중인 걸 들으면, 모니터 스피커에 비해 보정이 된 소리이니 좋게 들려서 자화자찬을 했죠. 집에 돌아와 모니터 스피커로 들으면 날선 소리에 다시 자괴감에 빠지고 반복이었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경덕이 알려줬는데 제주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래요. 절물에는 까마귀가 정말 많거든요. 너른 들판의 한 테이크를 촬영할 때 여유가 까마귀가 위에서 듣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대요. 신기하게도 저도 눈을 감고 노래하며 '이 테이크를 살리겠군.' 생각했답니다. 까마귀가 도운 걸까요?

여유, 경덕

시인과 농부에서 보석은 철저한 계획 속에 발걸음을 내딛었어요. 다섯 발자국이었나, 저벅저벅도 아닌 그렇다고 사뿐사뿐도 아닌 발걸음으로요. 언제 등장할지도 중요했는데,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신의 강림처럼 보이지는 않도록 조심스럽게 등장해야 했어요. 트럼펫 악기 특성상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 추운 온도에서는 피치가 내려간다고 하네요. 기타 튜닝을 트럼펫에 맞춰 다시 조율했어요.

보석
효정, 상민, 정원, 병규

사진에 치호, 수진, 인의 모습이 많이 담기지 않아 아쉬워요. 야외 촬영에서 이들의 활동 반경은 아주 넓었어요. 치호는 세 명의 촬영감독을 돕고, 수진은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분들께 잠시 양해를 구하러 쏘다니면서 모두가 만족하는 밥집도 알아봤어요. 인은 경덕을 도우며 마이크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바뀌는 것을 점검해야 했어요. 여러모로 챙김 받은 덕분에 편안했습니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다같이 ^-^v


♪메아리


메아리는 홍성원이라는 중국집에서 촬영했어요. 홍성원은 여유가 3개월 가량 일했던 곳이에요. 3집 작업이 마무리 될 때 쯤 여유가 저에게 출퇴근하는 삶이 좋아보인다며 들들 볶길래 기회가 생긴 틈을 타 다녀보라고 했어요. 3개월 열심히 일하더니 전업음악가가 좋긴 하다고 말하네요.


홍성원의 사장인 병학은 예전에 음악을 했던 분이에요. 여유는 선배 음악가인 병학을 많이 존경해요. 홍성원도 애정이 가득 담긴 곳이죠.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도 모두 취향저격이었대요. 최종적으로 홍성원을 메아리 촬영 장소로 정하게 된 이유는 보석의 표현으로 대신하고 싶어요. 보석이 곡의 느낌과 중국집에서 현란하게 웍질하는 장면이 비슷하다고 했거든요. 노래 속의 치열함과 잘 닮아있는 공간이에요.


촬영 감독인 상민, 병규, 용백은 쉴새없이 농담을 주고받았어요. 그 속도감이 놀라울 정도인데요. 실컷 농담을 주고받다가 나중에서야, 아 저희 원래 이런 사람아닌데.. 되게 일 잘하는 사람들인데... 하고 덧붙이곤 했어요. 그러고 촬영에 들어가면 빠르고 날카로운 조정을 하길래 그 말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고요.


상민은 연출과 촬영을 같이 해서 구체적인 장면을 필요로 하면 다정한 말씨로 요렇게 요렇게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하고 말을 건넸답니다. 정원이 큰 그림을 그린다면 상민은 세세한 그림을 채워서 둘의 조화가 환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네요.


혹시 보석의 트럼펫 연주에서 진한 고량주의 향을 느끼셨으려나요. 보석이 수음되는 소리를 비교해보라고 두 가지 소리를 들려줬는데, 하나는 와인을 마셔야될 것 같고 다른 하나는 고량주를 마셔야될 것 같았어요. 나중에 보석에게 물어보니 와인이 잘 어울릴 듯한 소리는 뮤트를 끼지 않았고 고량주가 잘 어울릴 듯한 소리는 하몬뮤트를 꼈다고 해요. 보석이 여러 선택지를 알려준 덕분에 곡과 악기소리가 잘 어우러졌어요.

카메라에는 이렇게 담겼네요.

여유, 경덕, 인
상민, 병규, 효정, 정원

홍성원에서 다같이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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