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파견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 2년 간의 파견 생활이 실감 난다. 제주 집을 정리하고 청주에 전입신고를 했다. 새로운 집에 짐들을 요리조리 배치하며 한동안 부지런히 지냈다. 황은 이사기간 동안 당근마켓을 성실하게 이용해서 온도 60도를 달성하는 경사를 누렸다.
청주의 겨울은 제주보다는 황량하고 서늘하다. 처음에는 무척 생소했는데, 제주의 색채에 오래 길들여져있었다 보니 마치 다른 화가의 팔레트를 구경하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색이 빠진 듯 보인다. 한편 다음 계절에 대한 기대감이 일기도 한다. 청주에서는 사시사철 푸르렀던 제주보다 계절의 변화를 더 생생히 느낄 것이다.
한 날은 쓰레기를 배출하러 분리수거장에 갔더니 경비원이 내가 든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슈~~"
순간 이곳이 충청도임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바로 다음 생각이 뒤따랐다. 제주도였다면 "줍써!"라고 했을 텐데, 경상도였다면 "줏쏘!"라고 했을 것이고. 경상도 출신에 제주도에서 8년 지낸 나로서는, 시옷이 3개인 지역에서 나고 자라 시옷이 2개인 지역에서 지내보고 이윽고 시옷이 하나인 곳에 도달한 느낌이다. 강직한 인상의 마침표나 느낌표 속에서 헤엄치다가 부드러운 물결표에 이른... 드디어 이번 생에 느긋함과 온화함을 체화할 기회가 온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