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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Aug 04. 2024

월요일 새벽에 애기가 토를 했다.

살려주세요...

새벽 2시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잠귀 어두운 내가 벌떡 일어나서 아이방으로 뛰어갈 정도로 큰 울음소리였다. 

아이는 침대에 토를 했고 심하게 보채며 연신 무섭다고 말했다. 


'괜찮아. 엄마 왔어. 괜찮아.'라고 달래 보았지만, 아이는 진정이 되지 않았고 거실에 이불을 펴서 아이와 함께 누웠다. 그냥 그날의 상황을 추측해 보건대 아이는 악몽을 꾼 것 같다. 먼저 달려간 남편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엄마랑 있어야 된다며,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아이가 토하고 2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눈을 감고 자긴 하지만, 신경이 곤두서서 제대로 자진 못한 그런 상황이었다. 

아이가 땀을 너무 많이 흘렸고 몸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체온을 재보니 약 36.3도가 나와서 당황했다. 그렇게 새벽을 지새웠다. (아이는 36.9도 ~ 37도 정도가 나온다.)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오한이 왔던 것 같다고 한다. 


이게 월요일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

다행히 남편이 휴가기간이었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새벽에 아이는 엄마만을 찾았고 그렇게 나는 잠을 잔 것인지 아닌지 모른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

업무특성상 주말에 들어온 업무가 있어서 바쁘게 바쁘게 일을 쳐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포기한 채 회사에 겉옷을 걸어두는 곳에 눈을 붙였다. 


정녕... 월요일에 이럴 수 있는가? 


아니야 남편이 아이 곁에 있고 문제가 없고 그걸로 됐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애가 아픈데 회사를 나와서 이러고 있냐



아니야 다 커갈 때는 아프기도 하고 토하기도 하고 하는 거지


왔다 갔다 하는 정신을 붙잡고 그렇게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쉽지 않네. 애기 한 명 키우면서 맞벌이로 살아간다는 게 



벌써 8월이 되었다.


5월부터 출근했는데 8월이라니! 

남편도 나도 아이도 이러쿵저러쿵 적응하고 있다.


나는 전기자전거를 구매했다. 출퇴근길에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빠르게 집에 도착해서 아이와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 그게 중요하다.


금요일이 되자,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잘 버텨냈고 매일 아침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회사에 30분 먼저 도착해서 독서도 했다.


내가 봐도 나는 참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아이가 아픈 날에도 나의 컨디션이 떨어진 날에도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나다운 하루하루를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 


아이는 방학을 했고 남편의 휴가는 끝이 났다.

내가 연차를 쓰면 좋겠지만, 아직 회사를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연차는 조금 어렵다. 

이럴 땐 역시나 엄마찬스


아이는 시골에 갔고 부모님도 일정이 있으셔서 아이를 수요일에 데리러 가야 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당연한 것은 없기에 돈을 드리려 해도 받으시지 않기에 엄마가 좋아하는 배스킨라빈스를 사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무려 패밀리 2통에 고기 등을 넣어두었으니 엄마~ 그냥 돈을 받는 게 나을지도ㅋㅋ) 비닐봉지가 가득한 냉동실의 비닐들을 빼서 요즘 유행하는? 냉동용기에 정리하고 왔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미안한 그런 날



훅훅 올라오는 미안하고 속상한 감정들이 있다. 이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겠지? 

이런 부정적 감정이 들 때는 입 다물고 운동이나 하자.

지금 내가 해야 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을 기르는 것


부정적 감정이 든다면, 체력이 떨어진 거고 생각을 환기를 시키는데 땀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일요일 저녁, 혼란스럽지만 잘하고 있고 해내고 있는 나를, 내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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