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방학
어린이집 방학에 아이를 보내도 된다고 하지만 일주일 중에서 일주일을 다 보내기는...
결론적으로 국립어린이집이 아니라면 어린이집 방학은 무조건 있고 그 시기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연차는 고작 1개였고 쓸 수 없었다. 다시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영상통화를 하며 웃으며, 엄마!!!라고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 부모님이 계심에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음에 감사하자.
남편이 출장을 갔다. 그 말은 차 없이 등원 후 출근을 해야 한다. 칼퇴 후 부지런히 뛰어서 하원을 시켜야 한다.
(어린이집은 빠른 어른 걸음으로 10분이 걸려서 택시를 타기엔 안 잡히고 아이와 걷기에 조금 먼 그런 거리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7시 15분에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비가 조금 왔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라며 아이와 5분쯤 걸었을까? 비가 심상치 않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우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어....? 시간이 벌써 7시 30분이 넘었고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아이를 등원도 못 시켰고 회사로 출발조차 못했다면 회사를 늦을 것 같은 불안감에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으려 핸드폰을 열었으나 가까운 거리에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빨리 생각하자. 마침 오며 가며 인사하며 지냈던 상가 아저씨가 보인다.
얼굴에 철판 깔자. 지금 방법이 없다.
정말 정말 죄송한데... 한 번만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남한테 피해주기 싫어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에 할 부탁 늘어난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지만 방법이 없다. 난 등원도 해야 하고 출근도 해야 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첫 번째로 등원을 했고 이날 야근이 당첨되어 아이는 마지막에 하원했다.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이게 맞을까? 괜찮나? 잘 모르겠는 하루하루들이다.
일주일을 돌아보니
이런 와중에 부모님께 아이를 맡겼을 때 아이가 없다고 집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못 갔던 교보문고도 가고 조금씩이지만 집에서 홈트도 야금야금 하며 하루하루를 채웠다.
이게 맞아?라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응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게 맞아!
어쩌겠어.
현실적으로 지금 일하지 않으면 일을 하고 싶을 때 경력단절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일 테고
현실적으로 지금 일하지 않으면 이제부터 우리 집 가계부는 마이너스일 것이고
지금 일을 해야 저축을 할 수 있고
지금 일을 해야 배우고 싶은 것들을 실무를 하며 배워갈 수 있고
지금 공부를 해야 더 나은 삶을 생각할 수 있고
지금 공부를 해야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의 삶을 확장하며 살아갈 수 있고
라고 생각하기.
식은땀 흘리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나를, 내가 제일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