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cm 더 커주라
그는 참 씩씩하게 걷는다.
80cm가 조금 넘는 그,
아이라면 받아야 하는 영유아검진에서 당당하게 키가 아주 작다고 나왔다. 결과지를 받고 나서 꽤나 걱정되었던 나와 달리 아침에 일어나서는 '엄마'가 아닌 '맘마'를 외친다. 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좋은 아침이야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의 짧은 종아리가 너무 웃겨서 피식 웃곤 종아리를 만지며 무릎마사지를 해준다. 역설적이게도 저 짧은 다리가 조금씩 길어지는 게 아쉬운 아침이다. 배고픈 그를 위해 항상 준비되어 있는 리소토. 아침부터 야무지게 한 그릇을 먹곤 양치질을 한다.
한강 작가 책에 나왔던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다.
겨울에 태어났지만 수족냉증이 심한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는, 가을 낙엽을 보며 누군가가 치워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낙엽 하나 두 개를 던지며 행복해하는 너를 보며 가을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을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너의 두 눈을 보며 겨울을 기다린다. 평범한 일상들이 너의 덕분에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오늘
*첫 문장 출처 : 평범한 결혼생활/임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