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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Oct 18. 2024

직장 생활의 종말

언제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차근차근 붕괴하다 결국 종말에 왔음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전 직무로 받았던 연봉, 경력은 모두 포기하고 인턴으로 입사를 했다. 29살에 인턴이라는 건 꽤나 불안했다. 한 달 차에 썼던 일기장을 다시 보니, 너무 불안해서 미치려고 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주변 동료들은 도착지를 향해 뛰쳐나가고 있는데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 30살이 되어도 자리잡지 못하고 일하고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 등이 녹아져 있었다. 산책을 하며 감사일기를 쓰며 그 시간을 잘 버텨냈다. 


또 운이 좋게도 직무를 옮긴 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배척하지 않고 같은 직무가 아니어서 나올 수 있는 신선함이 있다고 칭송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새로운 직무에서 상품출시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자금문제가 있었고 첫 술에 배부르게 성공했던 어린 대표들은 빠르게 무너졌다. 전사회의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다음 달 월급부터 50%가 된다고 하였고 퇴사 or 월급 감면을 당장 결정해야만 했다. 심지어 나는 당시에 육아휴직을 들어가기 직전이었고 나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육아휴직급여까지 못 받는 것은 아니냐며 크게 불안해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그뿐이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나는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복직하지 말고 더 쉬라는 회사의 말에 권고사직처리로 진행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회사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육아휴직과 실업급여까지 받으며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엔 회사가 이렇게 종말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나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하지만 그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겪으며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대표와 직원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단기적 목표, 경제상황에 따른 회사경영 등을 말이다. 언젠가 나도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면,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당시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동료들은 참으로 감사하다. 미워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았다. 매출을 내야 해도 서로를 위하려는 마음을 모아 모아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 




*첫 문장 출처 :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정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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