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못 해

by 서리

우리 아이는 28개월 이제 말을 조금 할 수 있는 친구이다.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는 양말을 힘겹게 벗고는 양말을 빨래통에 넣는다. 그리고 화장실 불을 켜고 혼자 손을 씻으러 간다. 이 이후에 간식, 놀이 등을 할 수 있다는 규칙을 알려주었다. 화장실 불을 켜기에 아이의 키는 아직 작아서 공을 던져서 불을 키는 법도 알려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이는 할 수 없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못 해. 도와줘.


사실, 나는 이 말을 듣곤 조금 당황했다. 아이에게 말을 할 때 부정어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했고 '못 해, 할 수 없어'같은 말들은 아이에게 한 적이 거의 없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못 해. 엄마는 할 수 있으니까 도와줘.'라는 말이 조금 당황스럽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들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며칠 동안 이런 말들을 반복했다. 도와주면서도 계속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엄마가 잘한다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따라 내가 공을 던져서 성공하는 적중률이 좋았다.ㅎㅎ 공을 던졌다 하면 불이 켜졌다.


'혹시 이래서일까?'


어제 어린이집 하원 후에 아이는 공을 던져서 불을 켜려고 했고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엄마, 나 못 해. 엄마가 엄마가"


"알겠어. 엄마가 해볼게!"라고 하곤 일부러 다른 곳을 맞추고는 "다시 해볼까?"


"응! 지호가아!" 공을 세게 던졌고 아쉽게도 켜지지 않았다.


"우와 엄마가 보았는데 진짜 아쉬웠어. 다시 엄마도 해볼게"라고 하곤 다른 곳으로 던졌다.


"지호가아 해볼게에 에!"라고 하곤 공을 던졌고 화장실의 불은 환하게 켜졌다.



"내가내가!!!!!!!" 라며 아이는 신이 나서 웃어 보였다.


"우와~ 엄마가 봤어! 와 정말 대단해. 형아 같았어 진짜!!!"





아이는 그 뒤로 불을 키는 것뿐만 아니라 끄는 것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겪고 나서는 한 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많이 컸다는 대견함이 들기도 하고 앞으로 아이가 겪을 좌절감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집에서 양육하면서 아이 수준에 맞는 적절한 목표설정을 하고 성취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나의 역할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곤 어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 학교생활을 하며 사회생활을 하며 각자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계에서 속해서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포기하는지?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지? 그들을 인정하는지?

우리는 각자의 고유함이 있고 잘하는 것들을 갖고 있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진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표본이 되고 싶을까? 아이에게 말로만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엄마는 아닌지 고민해 본다.


사실, 요즘 임신을 하며 육아를 하며 회사를 다니며 나름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점차 '아침은 게을러지고 이 정도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안일함에 빠져있었다. 어제 아이를 보며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 환경에 노출되기도 한다.



아이를 보며 엄마도 한 뼘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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