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짜증나다
자동사 마음에 탐탁하지 않아서 역정이 나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새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생긴 데다, 새해가 됐으니 좀 바쁘게 살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목은 카페로 정했다. 오랫동안 해 왔기 때문에 떠올리기 쉬웠고, 마침 경력직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곳이 많았다. 몇 년간의 경력이 있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근무지는 집에서 가까웠고, 본업과 아르바이트 근무 시간 사이 충분한 휴식 시간이 있었다. 레시피가 비교적 복잡했지만 내가 평소 즐겨 마시던 브랜드여서 며칠만 고생하면 금방 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보통 이런 때 문제가 생기긴 한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몇 주 후도, 며칠 후도 아닌 첫 출근 당일이었다.
어휴, 이러니까 매번 건성이라 하지.
사장이 나에게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첫 인수인계를 받는 도중이었다. 그는 나에게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늘어 놓았다. 그동안 어떤 실수들을 했는지 끝도 없이 떠들었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듣느라 고장이 나고 말았다. 그러셨구나, 애매한 리액션을 반복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일에 적응될 때까지 천천히 살펴보라던 말과 달리 사장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간섭이 심했다. 레시피를 외우기 위해 표를 들여다보는 시간조차 느긋하게 쉬는 시간 취급했다. 그는 같이 근무하는 내내 다른 직원의 뒷담화를 늘어 놓았고, 퇴근해서는 CCTV를 지켜보다 업무 지시를 했다. 손님을 응대하느라 배달앱에 반응이 5초 정도 늦었다는 이유로 매장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말 그대로…… 짜증이 나서 못해먹겠다 싶었다.
근무하는 며칠 내내 짜증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쉬는 날까지 출근할 생각 때문에 편히 지낼 수 없었다. 어우, 자꾸 짜증이 나. 심지어 입 밖으로도 짜증이 튀어나왔다. 온종일 짜증, 짜증. 같은 단어만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사실 짜증난다는 말은 쉽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날 때, 속이 상할 때, 심지어 슬플 때조차 짜증난다는 한 마디로 표현되곤 하니까. 이렇게까지 가성비 넘치는 단어가 ‘짜증난다’ 외에 또 있을까?
하지만 가성비와 가심비는 다르다. 짜증난다는 말은 편리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나는 그 순간 단순히 짜증이 난 것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조금 더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나는 사장의 간섭이 심할 땐 불편했고, 레시피를 외우는 시간을 느긋하다 표현할 땐 기분이 상했다. 다른 직원의 뒷담화를 들을 땐 당혹스러웠고, 그가 CCTV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불쾌했다.
마음에 탐탁하지 않아서 역정이 난다는 정의만 가지고 보면, 내가 겪은 매 순간 짜증이 났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여전히 내 복잡한 기분을 표현하기엔 너무 단순하다고 느껴진다. 짜증난다는 단어는 얼마나 편리하고도 납작한 단어인가.
나는 몇 주간의 짧은 근무를 끝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감정이 짜증난다는 단어로 퉁쳐지듯 내 모든 언어가 짜증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머릿속이 짜증난다는 단어처럼 납작해졌다. 내 일상도 그렇게 납작해졌다. 다시 다양한 어휘가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지금, 일찌감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