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여기 있는가.

by 서고독

나는 왜 이곳에 이러고 있는가.

2025년에, 한국에서, 여기에 왜 이러고 있는가.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난 이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놓였다.

세상이라는 부모와 학교, 나라와 시대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

내가 여기 살아있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던 시기도 있었다.


난 이 땅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이곳에 눈을 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모든 게 너무도 당연한 듯 살아가고 있었다.

우린 그저 생겨났을 뿐인데,
마치 꼭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 듯, 삶을 산다.

우리 안에 당연한 것은 단 하나도 없는데,
지금은 모든 게 너무 당연하고,
너무 간단해져 버렸다.

나의 무한함이 두렵기라도 한 듯,
우린 오로지 코앞만 바라보며 산다.

그런데 문득 생각한다.
난 왜 여기서 이렇게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난 어떻게, 삶을 살고 싶을까.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그리고, 꼭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처럼 눈을 떴고,
그렇다면 내가 가장 삶답게 사는 건 아무것도 당연한 것 없이 그저 이 순간에 머무는 것 아닐까.

난 왜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가.


지금도 새 생명은 생겨나고,
참 신비롭게도,
새로운 의식이 세상에 태어난다.

우리는 생명을 번식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식을 번식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고귀한 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그 의식은,
다시 이 세상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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