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옳지 않음을 알고 있다.

by 서고독

수영은 기초반부터 초급, 중급, 상급 등으로 나뉩니다.

기초반에서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기초반에서 1등이 되었습니다.

강사도, 함께하는 사람도, 수업 내용도 모두 익숙해져 이젠 모든 것이 내 것이 된 듯합니다.

그러던 중, 바로 옆 레인의 다음 반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로운 강사,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영법.
그곳으로 건너가자마자, 기초반의 1등이었던 나는 곧 초급반의 꼴등이 됩니다.

초급반에서 1등이 되면, 중급반의 꼴등이 되고,
중급반에서 1등이 되면, 상급반의 꼴등이 됩니다.

수영에서 1등인 나는, 야구에선 꼴등이 됩니다.
수영과 야구에서 1등인 나는, 독서에선 또 꼴등이 됩니다.

우리는 끝없이 꼴등이 되어야 하나 봅니다.

스스로 꼴등임을 인정하며 무한한 배움의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삶이자, 진정한 자유일 것입니다.

스스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한으로 가는 길입니다.

나는 모르기에, 비워져 있습니다.

비워진 나는 본질 그 자체로 머물 수 있고
그 안에서 최고의 효율이 태어납니다.

삶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무한히 열려 있는 것이며,
그것이 곧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입니다.

‘나’를 안다면, 무한한 것의 본질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몰라야만, 나를 알 수 있습니다.
몰라야만,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몰라야만, 비로소 삶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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