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죽음이란 결핍.

by 서고독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입니다. 그리고 나는 사고할 수 있기에, 세상을 언제나 ‘나의 세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로 생겨나는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결핍이 됩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왜 결핍이냐?”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당신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 자체를 한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사고’는 인간만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통된 사고 능력 안에서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무한한 사고를 하게 됩니다.

다른 동물의 시선에서 본다면 인간의 ‘사고’ 자체가 결핍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을 바라볼 때 그 역시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기에 결국 각자가 가진 ‘사고’는 각자의 결핍임이 분명합니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나와 세상을 그대로 보기 위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 순간을 바라보지만, 정작 그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나’라는 인간에서 벗어나 나를 바라볼 때, 즉 ‘사고’ 없는 ‘존재’의 관점에서 볼 때 비로소 이 순간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고’하는 모든 것은 결핍이 됩니다.

사고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특성이지만, ‘사고’에 빠지는 순간 본질을 가리게 됩니다.

간단한 예로, 우리는 일부일처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라고 사고하기에, 일부다처제를 시행하는 사회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사고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우리 자신이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두가 각자 ‘옳다’고 여기는 사고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다양한 ‘옳음’이 바로 각자의 결핍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결핍은 ‘시간’,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죽음’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히 절대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 시간은 인간이 공동체의 협업을 위해 만든 하나의 ‘약속’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그 약속을 절대화했습니다.

지금보다 100년 전은 지나간 과거라 여기고, 지금 이 순간은 또 다른 새로운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가 만들어낸 ‘기억’이 바로 그 착각의 원인입니다. 기억은 이 순간을 지나간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기억’이라는 고정이 과거를 만들어내고, 그 과거는 이 순간을 한 장의 사진처럼 남겨둡니다. 그 사진들이 이어지며, 우리는 마치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하지만 이 순간이라는 프레임은 언제나 그대로 존재할 뿐입니다. 프레임은 지금에 고정되있습니다.

"이 순간은 언제나 이 순간이었을 뿐입니다."

100억 년 전이든, 1억 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이 순간은 변함없이 이 순간으로 존재했습니다.

다만, 인간의 ‘의식’이 그것을 지나갔다고 여길 뿐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언제나 ‘나’에 빠져 있습니다.

그 빠짐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면, 인간의 본질을 알 수 없습니다. 지나간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지나간 것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단지 나의 기억일 뿐이며, 언제나 이 순간에 내가 그렇게 기억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나간 것이 있는 만큼 남은 것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는 사고 속에서 자신이 결국 끝을 향해 간다고 믿게 됩니다.

하지만 시작도, 끝도 없었습니다. 우린 언제나 이 순간에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 순간에 태어나고, 이 순간에 늙고, 이 순간에 생을 마감합니다.

모든 존재는 이 순간에 태어나고, 이 순간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선사시대의 인간도, 500년 전의 인간도, 지금의 우리도 모두 이 순간 속에서 생을 이어왔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또 다른 기록을 만들어 그것을 ‘지나온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기억은 인간에게 축적을 만들어주는 위대한 사고의 힘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유한하게 만드는 가장 큰 결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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