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순간.

아이는 원래 내 마음데로 해선 안되는 타인이다.

by 서고독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 아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일 겁니다.

아이의 마음이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가고, 그로 인해 나조차도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때, 그때 우리는 깊은 혼란과 고통을 느낍니다.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 속에는 참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나의 뜻대로 따라주길 바라고, 그 기대가 어긋날 때 충돌이 생기죠.

그러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됩니다.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이 존재를 결국은 ‘나의 기준’이라는 좁은 틀 속에 가두려 하며 그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마음이요.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삶보다 타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것이 부모라면, 아이에 대한 사랑은 더욱 절실하죠. 그래서 본능적으로 압니다.

그 아이의 무한함이 곧 그 아이의 행복이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문제는, 그 무한함을 온전히 바라봐 줄 수 있을 만큼 부모자신이 스스로의 무한함에 무지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부모는 유한한 기준과 경험 속에서 살아왔고, 그 유한함으로 무한한 아이를 마주하려 하니 그 사이에서 커다란 괴리와 고통이 생기는 것이죠.

특히 부모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치거나, 삶에 여유가 없을 때면 꼭 아이와의 마찰이 생기곤 하죠.

그것은 우리 아이가 유별난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평소에는 자신을 이해하고 여유롭게 바라보다가도, 삶의 여유가 사라지면 갑자기 인상을 쓰고 ‘유한한 기준’으로 자신을 통제하려 드는 모습을요.

언제나 여유롭게 자식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가 품고 있는 같은 바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 속의 부모인 우리는,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기보다는 늘 ‘코앞’을 기다리며
걱정과 불안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눈앞의 숙제, 다가올 미래, 준비되지 않은 상황들에 대한 염려 속에서 정작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 있는 이 찬란한 시간을 놓치곤 하죠.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의 유한함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인간 본연의 자유로움을, 무한함을, 누군가 억누르려 할 때—
그것이 부모이든 세상이든, 아이는 그대로 저항하게 됩니다.

사실 ‘아이라는 타인’은 애초에 내 마음대로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무한한 존재이기에, 그를 ‘내 방식’으로만 흐르게 하려는 건, 수많은 가능성 중 단 하나의 방향만을 강요하는 것이겠죠.

우리는 아이에게 우리 기준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얼마나 깊고 충만한지, 그 무한함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이 무한한 순간이라는 무대에 머물 줄 모른다면, 우리는 아이가 가진 그 무한함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도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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