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하늘나라 간대?

by 마리

“보호자분 빨리 병동으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침부터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어제저녁 통화에서 병원밥이 너무 잘 나온다고, 다음엔 어떤 메뉴가 나올지 너무 기대된다고 했었다.

‘허리디스크로 통화가 안 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도저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설이야, 아빠가 조금 아파서 엄마 도움이 필요한가 봐. 엄마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고모랑 있을 수 있지?”


그림을 그리고 있던 설이는 그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아빠 하늘나라 간대?”


머릿속으로 병원 갈 때 뭘 챙겨가야 할지 리스트를 정리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유 모를 불안감이 뱀처럼 휘어 감아 온몸의 피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에이, 디스크로 어떻게 사람이 하늘나라에 가. 아빠 건강하게 만들어서 얼른 같이 올게.”


설이를 큰 형님에게 맡기고 옷장 앞에 섰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왜인지 지금 나가면 며칠은 집에 못 돌아올 것 같다.

위아래 검은색 옷,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외투를 걸쳤다.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어제부터 시작된 비는 오늘까지 이어졌다.

여름도 봄도 아닌 애매한 온도, 숨 쉴 때마다 폐 속 가득 차는 비릿한 아스팔트 냄새로 숨 쉬는 것이 답답하다.


일요일, 단오병원 응급실은 이틀 전보다 환자들로 붐볐다.

1층 응급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3시간 만에 음성 결과 문자를 보여준 후 병실로 올라갔다.


“저, 설상호 씨 보호자인데요…”

말을 하면서도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생각과 달리 간호스테이션의 다섯 명 남짓한 간호사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착오가 아니란 생각에 두 발이 그 자리에서 붙어버렸다.


“이 쪽으로 오세요.”

간호사를 따라 복도 끝 병실로 들어갔다.

한 남자가 접힌 침대 밑 구겨진 종이처럼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에는 방향을 잃은 듯 초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소변줄까지 차고 있었다.

‘저 사람일 리 없지.’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낯익은 체형이다.

남편이었다.


“39도가 넘는 고열이 계속되어 해열제를 투여했고, 계속 고통을 호소하셔서 저희 병원에서 쓸 수 있는 가장 센 진통제를 드렸어요. 그런데도 전혀 효과가 없어서 일단 진정제를 투여한 상태입니다.”

“아니, 디스크로 사람이 이 상태가 될 수 있어요?”

“그건… 저희도 모르겠어요…”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눈을 좌우로 급하게 깜박이다가 서둘러 나가 버렸다.

“상호 씨, 이게 무슨 일이야.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아, 나 너무 아파…”

남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연애 10년, 결혼생활 14년 동안 내 앞에서 우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남자다.

남편은 자동차 장비 관련 엔지니어로 크고 작은 상처가 끊이지 않았다.

웬만한 신체적 고통은 잘 참아내는 성격이다.

남편의 앙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몇 분 후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깨어나길 반복했다.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등…. 등 전체가 다 아파… 움직일 수가 없어…”

“일단 몸을 좀 똑바로 누워 봐.”

몸을 옆으로 움직이나 싶더니, 침대 매트리스에 불이라도 난 듯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틀었다.

비명소리를 듣고 간호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설상호 씨, 일단 완전히 몸을 펴고 누워보세요.”

“제발 진통제 좀 주세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진통제는 다 드렸어요.”

“전혀 효과가 없는데 이게 무슨 진통제예요…”

남편은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어린아이의 얼굴이 되었다.


남편은 타인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에 밝은 인사성, 호감 가는 인상으로 남녀노소 안 가리고 상호 씨를 좋아한다.

친절정량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하루 사용할 긍정적인 빛이 고갈된 상태로 집에 온 상호 씨는 깊은 어둠의 모습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 상호 씨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건 뭔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간호스테이션 옆 집중치료실로 침대를 옮겼다.

입원 병동은 상호 씨의 비명과 흐느낌으로 채워졌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들어왔다.

눈꼬리가 내려간 표정으로 상호 씨를 바라보다 고개 돌려 나를 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응급실에서 환자분 담당했던 내과의사입니다…. 큰 병원에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선생님, 디스크가 심하면 이렇게 되기도 하나요?”

“… 정확한 상태는 신경외과 주치의에게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꼭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밤 10시경.

누군가와 통화를 하던 간호사가 나에게 수화기를 넘긴다.

얼떨결에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전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집에서 쉬다가 환자분 얘기를 듣고 보호자 분에게 급하게 통화를 요청했어요.”

“응급실에서 내과적인 문제로 CT를 찍었는데 척추에 확연한 종양 소견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발성 골수종인 것 같습니다. 당장 상급 병원으로 전원 하셔서 하루빨리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내일 외래에서 하는 걸로 하죠.”

‘다발성골수종? 암…이라는 말인가?’

병명조차 생소하다.

거기다 암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

남편은 평소 담배를 많이 피고, 술도 7일 중 5일을 마시고, 삼겹살 같은 육류를 좋아한다.

암 걸릴 확률이 높을 것 같아 3년 전부터 매년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초음파 등 종합검진을 받아왔다.

5달 전에 받은 종합검진에서 만성 위궤양, 내장지방 말고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물론, 지난달 갑자기 체중이 6킬로 정도 빠져서 암표지자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했었다.

특이점은 없었다.

최근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암 걸린 사람이 어제까지 근무를, 그것도 현장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러니 암일리 없다.

뭔가 검사가 잘못된 것 같다.


‘암이 아니라면 저 고통은 뭐지?'

통화를 끝내고 남편 곁으로 왔다.

잠시 잠이 든 모양이다.

수간호사가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냈다.

“앞으로 많이 고단할 거예요. 오늘밤은 우리가 환자분 잘 돌볼 테니까 병실에 들어가서 눈 좀 붙이세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다.

5인실 남자병실로 들어가 내 몸에 맞춰 자른 듯 한 보호자 배드에 몸을 뉘었다.

나이도 생김새도 알 수 없는 처음 본 남자들이 잠들어 있는 낯선 공간이다.

요란하게 코 고는 소리가 어둡게 내려앉은 병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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