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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Nov 30. 2019

2019년 11월 30일

맥주 500ml 정도의 술주정

쓰임 없는 그림은 무의미한 걸까.




확실한 목표를 잡고 달려온 줄 알았는데

달리다 보니 그게 뭔지 잊어버렸다.

심지어 진짜 있긴 했는지도 아리송하다.

돈 버는 동안 그림 그리는 일이 천직인 줄 알았는데

돈 못 번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림이 즐겁지 않게 되었다.

즐거워야 한다고 다짐해야만 즐거운 것 같다고 여기게 됐다.

이런 전개는 계획에 없었다.

염두했던 몇 가지 변수에도 없던 일이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곤란한 삶이었을 것이다.

뜨거운 감자 같은 감정을 담기에 그림은 매우 적절하다.

말과 글은 밖으로 나오며 산화된다.

그림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달라지지 않는다.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원하는 만큼 쏟아낼 수 있다.

그림은 꿈이 아니다.

꿈꿀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퇴색되거나 변질될 일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참 좋아한다.

어쩌면 계속.




3년간 드로잉 강의를 했었다.

강의에 참여했던 분들에게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즐겁거나 괴로울 땐 그림이 필요 없다고

사는 일 무력하고 심드렁할 때 생각날 거라고 말해줄걸.

아니, 스스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아주 늦게 안 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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