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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01. 2019

2019년 12월 1일

기억을 믿지 마세요.

그림이 없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




비 오는 날이 참 싫다.

비 오는 동안 누군가가 우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 든다.

허술한 가벽을 통해 겨우 전달되던 희미한 울음소리.

어디서 누가 우는지 알 수 없어 그저 듣고만 있어야 하는 그 소리.

노력이라는 기회도 빼앗긴 채 무력한 자신을 드러내게 만드는 소리말이다.




공덕역에서 홍대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꽃들이 예쁘다, 나무가 싱그럽다.

하늘이 아름답다, 바람이 시원하다.

걷는 이들 얼굴이 해맑다.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라지는 것도 괜찮은 일이겠다.

사색은 감탄으로 시작해서 상실로 이어졌다.


점심밥은 뭘 먹지? 같은 말투로

죽는 일을 읊었다.

감정의 동요가 없었단 건 거짓말이다.

분명 사납게 요동쳤을 것이다.

마음과 머리 사이를 잇는 다리가 끊어졌을 뿐이다.

언제부터,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알고 싶어 졌다.

이제 궁금증이 없던 때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나아가기와 멈추기만 있는 길이라니.

오히려 원했던 건 아닐까.

돌아가기가 없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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