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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으로 우는 시간
2019년 12월 2일
고요한 바다는 없다.
by
설레다
Dec 2. 2019
하나를 이루는 다른 면면들
한 사람이 있다.
해안가 없는 바다 위에 떠있는.
뗏목이나 튜브는 보이지 않는다.
가끔 새가 스치고 구름이 오고 가긴 하지만
대체로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비가
오고 볕이 내리쬐도 피할 곳 없는 바다.
그는
반듯하게 누워 가만히 있기도 하고, 때론 느리게 배영을 하기도 한다.
가끔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 잠수를 즐기는 것도 같다.
어떨 땐 우는지 웃는지 모를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큰 파도가 오면 공포에 질려 허겁지겁 도망가는 모습도 본다.
매번 휩쓸리면서도 좀처럼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파도가 다가올 때면
아이고, 또 파도가 오네.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을 권하고 싶다.
어쩔 수 없어 포기하는 건 비겁한 게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다.
바다에 파도란 필연이다.
파도는 늘 움직인다.
바다에
머무는 이상 파도에 순응해야지.
이겨내거나 타협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큰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그이지만, 기대한다.
높은 파도가 지나고 다시 잔잔한
날이 이어질 때 불현듯,
파도가 멈추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되기를.
나아가 파도를 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임을 깨닫게 되기를.
1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서로 모른다.
하나의 내가 아닌 여러 조각이 뭉쳐있는 나.
나와 나는 교집합 없이 조립된 완전한 타인이다.
생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촘촘히 나열된 일들의 합이다.
또한 흘러감과 동시에 변질된다.
경험했다고 해서 과거를 완벽히 재연할 수 있을까.
어제의 나를 설명할 수 없고, 지금과 같다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과거의 사람들은 지금의 그들과 동명이인이라 여겨도 무리가 없다.
이해, 용서, 포용.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때를 놓치면 증발되고 마는 말.
현재의 그들에게 적용하기에 이미 늦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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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작가, 예술 근로자, 창작 노동자> 드로잉 실용서와 그림에세이를 여러 권 썼습니다. 인간 내면에 관심이 많아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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