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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12. 2019

2019년 12월 12일

규칙은 이제 그만



미세먼지가 걷히고 하늘이 쨍했다.

세탁한 수건을 널다가 마음이 둥실둥실 들떴다.

후다닥 빨래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슬슬 걸으며 목도리를 풀고 털모자를 벗었다.

사람이 그립지 않았다.

그러므로 외롭지도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기를 바라지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서운하지도 않았다.


모두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잘 살고 있겠지.

정말 그리우면 만나자고 할 테고,

나 역시 그리워지면 연락하게 되겠지.

그래, 그래, 그러겠지.


차분히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짧게 생각하고

오래 걸었다.




가볍게 기록하자고 해놓곤 매일 쓰길 기대했다.

어느 날엔 맥주 한잔으로 곤히 잠들었고,

또 다른 날엔 늦은 시간까지 사람을 만났다.

드물지만 하루 종일 사색하는 시간이 없던 날도 있었다.

매일 안 쓸 수도 있지, 하면서 글쓰기 없는 날을 신경 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으로 사는지만 알면 된다면서 저도 모르게 슬쩍 기대감을 가졌던 거다.

습관은 능청스럽게 스스로를 가둔다.

나아지려는 나를 거세게 붙잡는다.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할 때까지 해보지, 뭐.'하고 일부러 글쓰기를 비우기도 했다.

촘촘히 나열하는 습관을 교정하려면 구멍 뚫린 부분을 봐야 한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걸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빼곡히 채우는 일과 드문드문 흩어진 일들 모두

있는 그대로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될 거다.

괴로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기엔 그림이나 사진은 넣지 말아야겠다.

안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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