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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15. 2019

2019년 12월 15일

나중은 없어



작업실이 필요하다.

물감이 마구 흘러도 되고, 난장판으로 벌려놓은 도구들을 다시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이리저리 그림을 걸거나 기댈 텅 빈 벽면이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먹고 자는 공간은 작아도 좋다.

무리에 무리를 해서라도 마련해보고 싶은 마음.

원하는 작업실, 그 한편에 나.

투박하고 소박한, 그런 작업실을 그려본다.




나중에

라는 말을 못 하겠다.

나중을 확신할 수 없음을 점점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삶이 유한함을 알면서도 마치 나는 예외인 듯 먼 훗날을 기약하곤 했다.

10년 뒤, 20년 뒤.

중장년이 되고, 노년을 맞게 되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곱게 늙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중에'라는 말을 할 수 없다.

마치 오지 않을 날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단번에 알 수 없으니 계속 자문해야 한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지금 사는 모습이 원하던 모습인지.


화려한 모든 것들이 지겨워졌다.

다시 예뻐할 날이 올까.

글쎄.

화려한 웅덩이에서 나와 물기 툭툭 털고

밋밋하고 단출한 언덕 너머 어딘가로 가고자 한다.

이미 마음은 그리했다.

머리가 늦게 알아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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