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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22. 2019

2019년 12월 22일

오랜만이야, 무기력과 허무야.



지난주, 오랜 상담을 종결지었다.

상담비에 대한 부담이 컸다.

마음 아플 일이 있어도 가난하면 안 된단 걸 느꼈다.

비고정 수입인 데다 그마저도 들쑥날쑥이라 매번 비용결제때마다 그만둘까 하며 갈등했다.

거기에 더해 상담내용이 제자리를 돌고 있었다.

잠시 상담을 보류하고 혼자 지내보고 싶었다.

완전한 혼자는 아니지만.


상담사가 필요했다.

공포와 불안으로 공황발작을 겪었지만 필요를 몰랐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할 때 비로소 마음이 부서진 걸 알았다.

내담자로 지내는 건 한편으론 편했다.

상담사는 어떤 이야기도 비판하지 않았다.

도덕과 윤리 따위 잊고 많은 말을 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일에도 투정할 수 있었다.

솟구치는 욕심을 털어놓기도 했고

가족과 지인에 대한 미움을 꺼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스스로의 몫이다.

욕심을 조절하거나 미움을 달리 바꾸거나

나태를 인지하고 벗어나려 하는 것 말이다.


매주 상담사를 만나는 건 도움이 되었지만 해결은 아니었다.

다시 느낀 이 허무와 무기력.

삶의 낙이 모두 사라진 일요일.

원하는 물질은 소유하기 힘든 데다

그걸 갈구하고 마련하기 위한 힘도 없다.

가족은 저 하나도 버티기 어려워하니

의지할 곳은 다시 자신뿐.


자고 나면 나을 거다.

임시방편이겠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

이렇게 흘러가겠지 하며 관망하는 것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상대로 실험해보는 거지.


책을 읽다가 오동이(나의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자야겠다.

잘 먹고 잘 자다가 갑자기 깨어 나를 바라보던

연두색 눈동자를 떠올리며 자야겠다.

팔베개를 하고 고릉고릉 잠든 오동이 뒤통수를 바라보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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