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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31. 2019

2019년 12월 31일

숫자를 넘어선 희망



저 하나 잘 살면 된다.

각자 그렇게 잘 살아야 서로 너그러운 눈으로 볼 수 있다.

자기 하나 책임지지 못할 때 삶이 척박해진다.

책임의 범위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단어로부터 해방된 이는 없다.

스스로 버거우면 상대를 볼 수 없다.

자신도 마주하기 어려운데 남이 대수일까.

괴로워하며 마음대로 휘젓는 몸짓에 서로가 다친다.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모른다.

미안해하기보다 미안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는 게 귀찮다.

있었지만 없던 일처럼 외면하고 싶다.

점점 낯이 두꺼워진다.

미안해하고 쓰다듬어야 한다는 걸 잊으면 그렇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이다.

연말이니 새해니 숫자에 불과하다는데 겨우 숫자만으로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다.

12월 31일이 올해 많은 일들을 잘 갈무리해 줄 것만 같고, 1월 1일은 깨끗한 새 삶을 줄 것만 같다.

강한 희망이 연달아 자연 발생된다.

겨우 숫자만으로도.




멋지게 놀지도 못했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1년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똑 부러지게 제대로 한 게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난 1년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좌우로 흔들리며 이도 저도 아니게 살 것 같다.

처음으로 일정표 쓰지 않고 살면서 다양한 기분을 느꼈다.

마감이 사라지고 돈이 점점 말라 가는 걸 보며 희한한 경험을 했다.

온갖 마음들이 다 있었을 것이다.

불안하기만 하진 않았고, 가끔 즐거웠으며 때론 격하게 행복했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실망하고 기대했다.

그렇게 미워하고 사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니 흔들림이 오죽했을까.

꼿꼿하려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올해도 구부러지지 않으려 했다면 진즉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잘 흔들렸다.

이리저리 휘어지며 나에 대해 많이 구경했다.

올해 참 잘 살았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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