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민낯으로 우는 시간
2020년 1월 4일
해체 없는 피로 관계
by
설레다
Jan 4. 2020
타인과 깊게 교류하기가 버겁다.
가족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일까.
무턱대고 외로울 때가 부지기수다.
그리움의 대상이 사람인지 상황인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그리워지기도 하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비슷한 종류의 상처를 계속 받으면
관계를 끊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진다.
차라리 혼자 남기를 원하게 된다.
오해를 푸는 대화들이 피곤하다.
서로의 입장을 꾸역꾸역 듣고 묘한 억양으로 미안하다 말한 뒤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기이하게 웃어 보이는 일에 멀미가 난다.
차라리 혼자가 나을지도 모른다.
필요에 의해 여럿이었다가 기본적으론 혼자.
레고 조립과 같은 관계를 심히 고민해보게 된다.
그나저나 상처보다 외로움이 낫다는 생각은
언제, 어떤 계기로 생긴 걸까.
대체 마음의 어디가 부러져 이렇게 삐딱해진 걸까.
나를 아는 이들보다 먼저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내가 그들을 남기고 먼저 의자에서 일어나는 편이
훨씬 편하다.
남겨지는 - 수긍하거나 이해해야 하는 자리에 남는 건
참 싫다.
맥주를 마시며 꼬깔콘을 씹는다.
허수경 시인의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을 읽고 있으니 오동이(내 고양이, 오동통해서 오동이다)가 곁에 와 눕는다.
맥주 한 모금.
글 두어줄.
꼬깔콘 서너 개.
오동이 등짝 한번 쓰다듬고.
술도 글도 촉감도 천천히 스며드는 밤이다.
위안이 되는 토요일 밤.
keyword
글쓰기
생각
오늘
4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설레다
직업
아티스트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저자
<비정규 작가, 예술 근로자, 창작 노동자> 드로잉 실용서와 그림에세이를 여러 권 썼습니다. 인간 내면에 관심이 많아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팔로워
268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 12월 31일
2020년 1월 7일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