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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an 04. 2020

2020년 1월 4일

해체 없는 피로 관계



타인과 깊게 교류하기가 버겁다.

가족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일까.

무턱대고 외로울 때가 부지기수다.

그리움의 대상이 사람인지 상황인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그리워지기도 하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비슷한 종류의 상처를 계속 받으면

관계를 끊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진다.

차라리 혼자 남기를 원하게 된다.

오해를 푸는 대화들이 피곤하다.

서로의 입장을 꾸역꾸역 듣고 묘한 억양으로 미안하다 말한 뒤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기이하게 웃어 보이는 일에 멀미가 난다.

차라리 혼자가 나을지도 모른다.

필요에 의해 여럿이었다가 기본적으론 혼자.

레고 조립과 같은 관계를 심히 고민해보게 된다.

그나저나 상처보다 외로움이 낫다는 생각은

언제, 어떤 계기로 생긴 걸까.

대체 마음의 어디가 부러져 이렇게 삐딱해진 걸까.



나를 아는 이들보다 먼저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내가 그들을 남기고 먼저 의자에서 일어나는 편이

훨씬 편하다.

남겨지는 - 수긍하거나 이해해야 하는 자리에 남는 건

참 싫다.



맥주를 마시며 꼬깔콘을 씹는다.

허수경 시인의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을 읽고 있으니 오동이(내 고양이, 오동통해서 오동이다)가 곁에 와 눕는다.

맥주 한 모금.

글 두어줄.

꼬깔콘 서너 개.

오동이 등짝 한번 쓰다듬고.

술도 글도 촉감도 천천히 스며드는 밤이다.

위안이 되는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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