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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Feb 05. 2020

2020년 2월 5일

살아있어 행복한


날씨가 환상적이다.

오늘이 흘러가는 게 무척 아쉽다.

이런 날은 하늘을 칼로 큼지막하게 잘라내어 냉동 보관하고 싶다.

우중충하고 음침한 날에 이불 뒤집어쓰고 꺼내 볼 수 있게.



침대 위에서 볕을 쬐며 누운 나의 고양이, 오동이.

그런 오동이 옆에 엎드려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다.

따뜻하게 데워진 털이 보드랍다.

실눈을 뜨고 날 보다가 다시 눈을 감는 오동이.

나의 왼팔에 머리를 기댄다.

기분 좋은 무게감.

서로를 의지하며 느끼는 안도감.



아주 좋은 날,

아주 좋은 날에

죽고 싶다.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서

더 견딜 수 없는 날은 싫다.

마음대로 될 리 없겠지만,

그래도 바람만은 그렇게.



 살아보자.

자발적 '열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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