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레다 Apr 09. 2020

가짜 긍정의 날들

2020년 4월 9일



긍정적이려고 애쓰며 살려니 힘이 든다.

여기 사는 6년 동안

흰머리가 수북해졌다.

술 마시는 횟수도 늘었다.

불면도 늘었고, 강박도 심해졌다.

불안은 눈에 보이는 증상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누가 봐도 지금의 난 행복하지 않다.

그런데도 여기, 발이 묶여있다.

돈 때문에.



죽으면 그뿐이라면서도

시시한 것들을 손에 그러쥐고 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다 쓰고도 더 쥐어짜려니

몸이 삭는다.



쾌적한 공원을 걸었다.

크게 한 바퀴를 걸었다.

5km쯤 되었다.

한 바퀴를 다 걷고 의자에 잠시 앉아 쉬었다.

조용한 공원의 봄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산책로를 둘러보는데 별안간 눈물이 났다.

이 쾌적함이 너무 낯설어서.

이런 환경이 일상인 이들이 부러워서.

울컥한 마음이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그럴 때 애를 쓴다.

괜찮아, 괜찮아, 뭐가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이라고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며.



마음이 엉망이다.

말간 선방에 혼자 있고 싶다.

그리고 나오고 싶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착각,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