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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May 14. 2020

신선한 죽음들

2020년 5월 14일


대형마트 생선 코너를 서성거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지런히 누운 생선들을 봤다.

죽었지만 산 것처럼 보여야 하는 생선들을.


먹히려고 태어난 게 아닐 텐데,

어쩌다가 너는 여기 누워있는 걸까.

그물에 잡히는 일이 소망이었을 리 없을 텐데

어째서 여기 누워 하염없이 먹히길 기다리게 되었나.


의 많은 일들은 그냥 일어난다.

생선으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뜬금없이 잡혀 손질된 일.

그 많은 가게들 중에 여기, 마트 코너에 누운 일.

제때 팔리지 못해 두 번 세 번 할인 스티커를 달다가

누군가의 살점이 되지도 못한 채 폐기되는 일.

모두 그냥 일어난다.

이유 없는 일의 연속.

그게 사는 일.



마트에서 괜히 울컥했다.

참,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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