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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May 29. 2020

삶의 방어선

2020년 5월 29일


눈을 깜빡이기만 해도 기운이 소진되는 것 같다.

몸을 일으키는 일만으로도 힘이 부친다.

멍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는 시간이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보다 길다.

하지만 억지로 펜을 들고 선을 긋는다.

이 일로 밥은 먹을 수 있겠지, 하며.


겨우 힘을 내는 동안 생각하고 생각한다.

보드라운 요에 누워 포근한 차렵이불을 덮고

천천히 잠들어 다시 깨지 않는 순간을.

내가 짊어진 압박에서 벗어나고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해방될 순간을.

그 찰나,

영원한 평화를.



나의 불안은

목과 가슴팍을 손톱으로 뜯으며 흉터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피부가 뜯겨 손끝에 피가 맺혀서야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알면 못할 일을 자신도 모르게 그리 했다.

전공서에 적힌 간단명료한 증상의 정의가 단번에 이해됐다.

내가 나를 안아줄 수만 있다면 아프도록 꽉 안아주고 싶을 만큼

슬픈 순간이었다.



무탈하다.

담담하고 가끔 행복하다.

사이 잠깐 그렇게 아플 뿐이다.

별 일이라 생각한 일들도 결국

그저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매장에 놓인 과일과 같고,

수조에 갇힌 생선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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