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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n 08. 2020

불쾌하고 불쌍한 얼굴

2020년 6월 8일


대부분의 날들 동안 혼자였음을.

당신과 있을 때도 외로운 날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날에만 좋았다.

힘든 날엔 서로 자기 자신조차 감당 못해 휘청였다.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깊게 공감하고 연대할 줄 몰랐던 거다.

자유인 줄 알았으나 고독이었다.

닿지 않는 철길처럼 적당히 거리를 둔 채

별 탈 없기만을 바란, 편리한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잘 웃던 사람이었다.

장난 많고 말 많고, 호기심 많던-

난 그런 사람이었다.


거울 앞에서, 서늘하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볼 때마다 낯설다.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우는  화난 듯하고 어찌 보면 죽은 듯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가면을 목에 붙인듯한 기괴함.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진한 검은색 마카로 웃는 표정을 그려 넣고 싶다.

과거의 얼굴을 찾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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