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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n 18. 2020

벽에 박힌 못처럼 앉아서

2020년 6월 18일


반듯하고 차가운 벽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미련 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더듬었다.

시선은 무질서하게 떠다니다 지글거리는 해의 귀퉁이에 닿았다.

세상 숨 쉬는 존재는 나뿐인 것 같은 아침이었는데

느리게 솟아오르는 태양이 혼자가 아님을 알려줬다.


필라멘트가 끊긴 전구처럼 감정은 빛을 잃었다.

스스로를 태워 여기 있음을 알릴 길이 없어졌다.


매우 고요한 아침이었다.

마치 캥거루의 아기주머니 속에 포옥 안긴 것 같았다.

간혹 몸이 스르륵 흘러내리는 건가 싶을 만큼 아침 볕이 따뜻했다.


죽음을 생각했다.

삶도 생각했다.

애매하고 난해한 말이지만 분명,

허공을 헤집던 시선이 틈만 나면 가 닿은 곳은

죽음과 삶이었을 것이다.



심사숙고했지만 아쉽게도 -

라는 말로 시작하는 거절은

몇 번을 겪어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지난 일이고 별일 아니라고 하면서도

털어내지 못하고 별일인 채로 며칠을 끌어안으며 허탈해한다.



그림을,

내 손으로 그리는 그림을 사랑한다.

흔해빠진 사랑이라도 사랑이다.

그래서 참 어렵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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