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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n 25. 2020

몹시 개인적인 위안

2020년 6월 25일


마음에 드는, 그러니까 처음 방문하는 곳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해서

혼자서 꼭 한번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카페를 발견하면 기쁨이 올랑올랑 생긴다.

특히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계산한 뒤, 안락한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으며 가벼운 숨을 한번 내뱉는 순간까지 - 짧은 시간 동안 얻는 안도감은 기쁨의 여러 종류 중 하나이자 가장 큰 부분이다.

앉은자리에 몸의 오른쪽면을 기댈 수 있는 벽과 등을 막아줄 벽이 있다면 완벽하겠지만

몸의 오른쪽면을 기대는 벽만 있는 자리라도 충분하다.

어딘가에 의지하는 느낌은 등을 기대기보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일 때 훨씬 크게 인다.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우뚝 선 단단한 벽이 나를 받쳐줄 거라는 믿음은

자신을 유약하게 만들기보다 그를 바탕으로 무모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지하철 플랫폼 의자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본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르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타인들을.

타인은 어쩌면, 얼굴이 다른 여러 '나'이지 않을까.

종종 타인으로부터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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