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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n 19. 2020

연극이 끝나고 난 뒤

2020년 6월 19일


샤워를 하다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쇄골과 가슴 사이 군데군데 발갛게 피 맺힌 상처들에 물이 닿아

바늘로 찌른듯한 통증이 일어 등골이 서늘했다.

상처가 줄어드는가 싶었는데, 다시 두어 군데 늘었다.

욕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내면에서 보내는 신호가 심상치 않다고 여기면서도

그러려니 하며 짐짓 모른 체했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내면에게 강압적이고 냉정했던 나의 외면과는 달리

내면은 끊임없이 외면을 향해 소리쳤다.

불면으로, 꿈으로, 혹은 몸에 내는 상처로 자신을 알아달라고 말해왔다.


어떤 나를 원하는지 모른 체 살고 싶지 않다.

단순히 취향을 발견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무언가,

포기하고 살 수 없는 절대적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더는 적당히 살고 싶지 않다.



저녁 산책을 하며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먹고사는 일에 너무 많은 걸 저당 잡혀 살고 있단 것.

그건 원했던 삶이 아니다.

바라는 삶에 가까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부분을 지우고 무엇을 채워야 할까.

걷고 또 걸으며 더욱 분명해졌다.

달라지고 싶단 생각을 넘어

달라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거란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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