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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l 07. 2020

자기만의 방

2020년 7월 7일


누구에게나 방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도

자주 신경 쓰이게 만드는 방이 있다.

여러 개의 잠금장치로 꼭꼭 닫아놨지만

간간히 벌컥 열릴 것만 같아 묘한 불안을 흘리는 자기만의 방.


멀찍이 서서 안 보는 척 곁눈질로 보던 여러 날 중에 가끔,

저벅저벅 걸어가 그 앞에 설 때도 있지만 실은-

두렵다.

잠겼던 문이 빼꼼히 열려

방 안의 기묘한 것들이 빠져나와

원치 않는 어딘가로 숨어들었을까 봐.



아무 날도 아닌 날이 이어진다.

사이사이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웃고 울고 걱정하고 후회하면서도

마치 그런 일들 모두 없던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기쁨의 순간도 분명 있었는데, 그 기쁨을 오래 잡아 둘 힘이 부족하다.

'아! 기쁘다!' 하는 정도 만으로도 기운을 대부분 쏟아낸다.

기쁨을 끌어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맘껏 누려보고 싶은데

때마다 마른 웃음만 몇 차례 나오다 만다.



책을 읽는다.

산만하고 어지러워 날 섰던 마음이 얌전해진다.

이미 죽은 자들의 책이 산 자들의 말보다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저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썼을 텐데 읽는 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일방적인 토로가 아닌 서로 충실하게 자기 마음을 전하고 공유하는 일 - 이래서 책을 읽는다.



(사적 관계라는 조건하에)

저절로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이란 없다.

알고 지낸 세월이 산 시간에 맞먹더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시나브로 관계는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결국 지워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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