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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l 10. 2020

심해를 향해 점프

2020년 7월 10일


지나고 보니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고 봐선 안될 모습을 보며 살았다.

무슨 말을 했고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가물가물 할 그들은

당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몰랐고,

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무지는 서로를 할퀴어도 상처인 줄 모르게 했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믿게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그땐 그랬지 라며 아릿하게 미소 지으면

단숨에 상처가 추억이 되리라 착각하게 했다.


어떤 일은 학대였고, 사건이었다.

기억의 몇몇은 심하게 왜곡되거나 삭제된 채 살았다.

그중 일부는 트라우마로 흉터를 남겼다.

마음의 심해로 걸어 들어가기 두려웠던 건,

바로 이 지점을 지나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틀거나 지우지 않으면 안 될 지점들 -

그런 기억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고 싶지 않았던 나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섬뜩한 꿈을 꿀 때면 심해에 다가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날엔 다시 수면 위로, 심해를 모르고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망설이기 전에 어두운 마음 안에서 혼자 걸어가는 자신을 향해 말한다.


지금 돌아가면 다시 이 과정을 시작하기 어려울 거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보자.

내내 울거나 공포에 사로잡히는 때가 오면 기다릴 테니

처음으로 돌아가진 말자.


무지로부터 일어난 사건 속에선 모두가 억울했고, 분노에 사로잡혀있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아 서로를 껴안지도 못한 채 자기 아픔만을 거듭 확인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루가 무사하길 기대하며 눈을 떴고

부서지는 그들을 목격하며 그런 기대를 부러뜨리길 반복했다.



쉬고 싶다.

되도록 오래, 죽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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