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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l 17. 2020

비밀의 숲

2020년 7월 17일


오래된 기억을 헤집고 다닌다.

의식은 나에게 이 일의 필요와 이해득실에 대해 따져 묻지만

무의식은 그저 마음 닿는 곳으로 가보라 한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아 텅 비었다고 여겼던 시기가 어쩌면-

소화하기도 어려울 만큼 쏟아지던 사건들로 빽빽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투명한 일들이 하늘까지 솟아 볕을 가리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기억의 숲.

모든 발걸음이 길이 되는 비밀의 숲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다.

비밀이란 어차피 드러나기 위해 숨겨둔 어떤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 지금의 조우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라졌어야 하는 일들이 여전히 현재형임을 느낀다.

바야흐로 살아있는 시체의 날들.

사라지지 못한 사건 속에 남아있는 이들이 지금의 나를 툭툭 건드리고, 그로 인해 일어난 케케묵은 감정을 제 힘인 듯 업고서 건재함을 보여주곤 한다.

사라져야 할 일과 없어져야 할 이들 모두 과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 -

마음속 어둠으로 들어가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들을 바로 잡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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