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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ul 21. 2020

사라진 자와 멀어진 자

2020년 7월 21일


화분  봉선화 줄기가 흔들린다.

창문을 열면 봉선화 곁을 바람이 내내 오고 가는데

그때마다 꽃과 잎사귀와 줄기가 통째로 살랑인다.

내게 사람도 그럴까.

보이지 않으나 나를 흔드는 -

그들도 바람과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사랑은

마음 안에 머무를 땐 한없이 순수할 수 있지만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이미 변질되고 만다.

그러니 제대로 전할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의무에 가깝다.

나의 사랑이 타인을 상처 입히고 헤칠 수도 있으니.



멀리 있고 연락하지 않는, 그러나 아는 이들과

이미 죽어 없는 이들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먼 데 있다 생각하면 가끔의 연락이 반갑기보다

가끔과 가끔 사이의 공백이 더없이 서운하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이라 여기고 잊은 채 산다면

점처럼 만나는 일이 한없이 반갑고 귀하지 않을까.

나는 그리 해야겠다.

부재가 이유가 되어 끝없이 이는 자잘한 쓸쓸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

예민한 말미잘 같은 나는 그리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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