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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Aug 25. 2020

너와 나 사이에 우주가 있다.

2020년 8월 25일


그와 나는 마주 보고 섰다.

커다란 우주를 사이에 둔 채 멀리 떨어져 서로 응시하고 있다.

돌아설 생각이 있는가 싶다가도 아닌 듯하고,

우주를 건널 작정일까 궁금했지만 이내 그럴 마음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다만 허탈감에 짓눌렸었다.

즐거울 때 맘껏 함께 그러지 못했고, 외로울 때 위로받지 못했다.

요구는 삭제된 채 역할만 남은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 시간이 켜켜이 쌓이던 어느 날 나는 무언갈 포기했었다.

그 후로 다른 사람이 되어 그와 마주 보며 지냈다.


그와 나는 서로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했겠지만,

결국 그저 자기 방식으로 오랜 시간 수고한 것이다.

그 수고로움이 그와 나 사이 넓고 검고 깊은 우주를 만든 걸지도.

그 앞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있는 내가 있다.

곧 비명을 지를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



기대하는 일도 학습이라서

좌절이 반복되면 포기하고 싶어 진다.

수포자처럼 기포자가 될 수도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은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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