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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Sep 06. 2020

나를 찾아줘.

2020년 9월 6일


관계 유지에 있어 의지로 교정될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쉬움마저 지우고 그저 되도록 멀리 나아갈 생각만 하게 된다.

나는 그 지점의 경계선 위에 서있다.

까치발을 한채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고서.

다짐을 하는 정도였다면 또 다른 결심으로 희석할 수 있겠지만,

해 뜨고 지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거스를 수가 없다.

그저 마음이 이리될 때까지 두고 본 지난 시간들이 아쉬울 뿐.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면장애나 spd(피부 벗기기 장애 Skin Picking Disorder) 없이 나름 밝았다.

나이에 비해 수북이 난 흰머리도 없었고 집에서도 웃을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남았던 웃음도 핏기도 사라졌다.

시답잖은 농담과 장난도 바짝 말라버렸고, 반짝이던 눈동자도 어두워졌다.

참새처럼 재잘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이처럼 쪼아 먹는 나는 밖에서만 존재한다.

집에서는 축축한 골판지 위의 먼지 같은 곰팡이처럼 음습해지고 만다.


1년 사이 내외로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했거나, 혹은 누적된 스트레스가 내부에서 터졌거나.

어쩌면 동시발생일수도 있고.

하지만 분명히 알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또한 알 것 같다.

모르던 날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지난 10년 동안 즐거운 때가 점처럼 있었다.

슬프고 괴롭고 외로웠던 날들은 선처럼 이어졌다.

선은 불안한 환경을 만나 더욱 굵고 진해졌다.


함께여서 더욱 혼자였다.

10년쯤 지나 보니 함께인 채로 혼자였던 날들이 어쩌면

내가 나를 아프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원래의 나를 되찾고 싶다.

새처럼 종알거리며 웃고 장난치던 생기 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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