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이게 하는 성취감

by 개미

미국에 와서 알게된 사실은 내가 성취감에 미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성취할지는 사회의 통념에 따르진 않되, 내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가령 미니멀라이프를 한다고 온 집안에 물건을 갖다 판다던지, 블로그 체험단의 비용으로 월 50만원의 소비를 방어한다던지.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 그럴싸 한 것 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내가 쌓아왔던 성취 굴레는 한국에서 기반을 쌓아두었던 것들이라 미국에서는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미니멀라이프만해도, 집안의 가구는 줄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대량의 화장품이나 식재료를 쌓아둬야 하는 미국에 삶에서는 이전까지 해온 방법을 완전히 적용시킬 순 없다. 한국의 체험단은 단연 미국에선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았던 것이 토플이었다. 미국에서 생존을 위해선 영어를 해야만 했고, 바로 성적이 숫자로 나오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준비 과정 동안 매일 머리가 굳은 것이 몸으로 느꼈다. 습득하는 것이 이전과 달랐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원하는 성적을 얻었다.


그 성취감은 바로 사라졌다. 이제 또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나는 한 달 이상을 허비했다. 허비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허감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한국인의 강박도 큰 역할을 했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일본어였다. 직장을 다니면서 구몬 일본어을 1년을 했지만 역시 숙제만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다시 진심을 다해 책을 펼쳤다.(다행히 한국에서 일본어 책 몇 권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게 있었다. 또 뭘 해야하지, 일본어 말고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게 없는가 고민을 했는데 우연히 찾았다. 나는 집 근처 공립학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업(ESL)에 다니고 있다. 공립학교에는 중고교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어른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튜터를 맡게 됐다. 기회가 많은 미국이라, 은근 슬쩍 말을 꺼냈더니 바로 수학 선생님이 OK 해주셨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내가 하는 역할은 정규수업 후 문제 풀이 튜터이며, 최근에 배우는 단원은 분수의 사칙연산, 분수와 소수, 단위의 변환이다. 한 시간 가량 문제를 푸는데, 분수 하나를 표현하는 방법도 정말 많고, 나눗셈 그 ⌜ 방법은 아직 설명하기가 어렵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였지만 내 설명이 좋았다면서 언제 또 오냐는 할머니의 말씀에 벅차올랐다.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성취감이 있는 일이지만, 영어가 너무 어려웠던 때를 벗어나서 이제 누군가에게 영어로 설명하는 내 자신에 만족했다.


드디어 성취를 느꼈다. 또 이게 몇 번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또 다른 곳에서 성취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그때 다른 기회를 찾아 고민하고 시도해야겠지. 직장인 때가 좋았지, 가만히 있어도, 인터넷만 해도 월급이 나왔던 때, 이렇게 작년을 그리워할 때도 있었는데 어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튜터가 되었던 1시간 덕분에 하루가 충만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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