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가상 남친

by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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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봤다. 영어 제목은 Nobody wants this, 한국어 제목은 우린 반대야


유대교의 성직자 Rabbi인 남자 주인공과 미국인 여자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인데, 매 화 30분 안으로 끝나는 러닝 타임 덕에 모든 장면이 소중했다. 미국에 있으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는데, 이슬람, 힌두교의 문화는 익숙해졌지만 아직 유대인은 만나본 적이 없어서 꽤 흥미진진하게보았다. 드라마를 통해 보니 유대인들은 꽤나 보수적이고 닫혀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문화의 중심인 Rabbi가 Hot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보니 유부녀의 마음도 두근두근 .. .


작년에 결혼한 나 스스로를 유부녀라고 칭하기 아직 어색하지만 혼인신고까지 한 엄연한 유부녀다. 지금 남편과 6년 3개월 연애를 하고 30대를 맞이했으니, 20대 대부분을 그와 시간을 보냈다. 학생 때 부터 서로 직장인이 되기까지 함께 보냈고, 서로의 모든 시간을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숨기고 싶은 나의 바보같은 과거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찌질하고 잘 꾸미지 못했던 과거를 숨기고 직장인으로서, 그러니까 진정한 성인이 된 이후 성인의 불타는 연애를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잠시 밀려왔다. 아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지난 두 주인공이 불타오르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 듯.. 정장을 입고 다니며 향수를 뿌리는 멋진 직장인 남자친구를 상상한 이유는 아마 자율복장에 자율출퇴근시간의 복지를 누린 내 남편의 과거 때문이겠지..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복지겠지만 내가 아마 갖고싶었던 남자친구의 모습은 깔끔한 정장을 매일 입고 조금은 타이트하게 일을 하는 한국의 직장인이었을 것이다.


한국 시장(코스피, 코스닥)의 도파민도 싹 잊은 채 밤에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나를 보며 진정한 치유는 역시 사랑인건가.. 싶었다. 자기 전 남편에게 꿈에서 가상남친과 데이트할거라고, 내 가상남친은 여의도 금융권 정장이 잘어울리는 남자라고 말했다. 남편은 코웃음을 치면서 잠에 들었고, 나는 그날 단 한 장면도 꿈을 꾸지 못했다.


갖지 못할 것은 꿈도 꾸지 않는 편이 나은걸까. 만약 꿈에서 나의 이상형에 완벽한 가상 남친을 만났고 눈을 떴을 때 남편의 자는 모습을 보았다면? 조금은 싱숭생숭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지금 남편이 나의 최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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