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는 벌써 이번 주에 날씨가 30도까지 오를 예정이다. 곳곳마다 꽃들이 만개해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는 날씨다.
많은 꽃들 중 가장 눈이 가는 꽃은 당연 벚꽃, 아쉽게도 애틀랜타의 벚꽃은 벌써 만개하고 이미 져버렸다.
20살 이후로 서울에서 벚꽃이 유명한 여의도 근처에서 계속 살았고, 심지어 여의도 윤중로 바로 코앞에서도 살았었다.
그럼에도 벚꽃을 즐길 수 없었던 한국인인 나, 서울에서도 그랬고 지금 여기 애틀랜타에 와서도 벚꽃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 성격 탓이지만, 그냥 상황 탓을 조금 하고 싶어 글을 작성한다.
한국에서는 주어진 상황을 충분히 즐길 수 없었다.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는 조급함이 있었다. 벚꽃을 즐기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는, 나와 똑같이 여유를 즐기는 인파에 파묻혀 제대로 벚꽃을 즐기지 못했다.
벚꽃의 꽃말은 시험기간이라던가, 학생 때는 항상 중간고사 시험 직전에 벚꽃이 폈다. 시험에 항상 압도당하는 나는 시험 전에는 시험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벚꽃 잠시 보고 바로 공부하러 가곤 했다. 이건 그냥 초등학생 때부터의 습관인데, 공부 외에 다른 것은 경시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아 원망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대치동 출신은 아니고 경기도 변두리 출신이다; 공부를 썩 잘하지도 않았다.
공부를 다 끝내고 회사에 갔더니 이젠 시간이 없었다. 한국의 벚꽃은 날씨가 완전히 따뜻해지기 전에 만개하기도 하고, 서울 벚꽃 명소에 가면 벚꽃과 사람까지 함께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가지 않았다. 송파왕자와 서울에서 7년을 함께 지냈는데, 둘이 멀끔하게 하고 여의도 벚꽃나무 아래에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게 아쉽다.
한국에서는 순간의 소중함을 즐기기가 너무 어려웠다. 항상 그 시간을 즐길 수 없는 이유가 생겼고, 벚꽃 놀이는 내년으로, 후년으로 미뤘다. 우리는 그렇게 나이를 먹어 30대가 되었다.
그래서 애틀랜타에서 올해 사진을 꼭 찍자고 했는데!
또다시 나는 시험에 압도당해 버렸다.
외국인으로서 미국 생활을 위해서 세 자릿수 토플 점수가 있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교 입학이든, 뭐든) 일단 시험을 시작했는데 늪에 빠져버렸다.
토플은 특정 과목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수험자의 전체적인 영어 능력,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책을 달달 붙잡고 있어도 점수가 오르는 시험은 아닌 것 같은데, 한 번 점수가 제대로 안 나오니 토플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전공의 논문을 쓰는 박사과정인 남편, 나는 남편에게 나 토플 준비하니까 말 걸지 말라는 비상식적인 상황을 3개월간 만들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중에 벚꽃은 만개했다 저버렸고, 올해도 함께 벚꽃을 볼 기회를 놓쳤다. 한편으론 단번에 세 자릿수 토플 점수를 얻었던 송파왕자의 지능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제 토플도 끝났으니.. 그리고 나 이제 한국에서 서른 살이니.. 순간을 즐기는 법을 1순위로 두고 살아야겠다. 더는 미루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