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외벌이, 기대도 되나요?

by 개미




우리가 결혼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지금 남편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으로 외벌이 중이다.

한국에서 학생 때 만나, 그 땐 각자의 방식 대로 돈을 벌었고, 졸업 이후에는 둘 다 직업을 가졌다. 우리가 데이트를 할 땐 번갈아 가며 밥을 샀고, 함께 돈을 모아 여행을 갔고, 기념일 땐 서로에게 선물을 선물했다. 그렇게 6년을 보내고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지금 나는 우리의 상황이 어색하다. 나는 이 상황이 왜이렇게까지 낯설게 느껴질까?

남편이 아무리 괜찮다고해도 어색하다.


지금 나는 학생인 남편의 배우자 신분으로 미국에 있다. 한국에서도 법적인 부부고, 미국에서도 법적으로 나는 그의 dependent, 피부양자다. 그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나의 커리어를 잠시 멈추고 미국에 와있다. 남편의 외벌이 2개월 차, 사실 혼자 하는 한국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았던 탓에 미국으로 도망왔지만 내가 돈을 벌지 않고 그에게 의지하는 상황은 여전히 어색하다.



1. 부부란 상대방에게 100% 의존해도 되는걸까?

독립적인 성향 덕에 부모님에게서 독립도 사회 데뷔도 빠르게 진행했다. 직업을 가진 이후로 은행 대출을 제외한 어떤 도움도 받아오지 않았다. 그런 내가 현재 외벌이하는 남편에게 의지하는 생활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의 초점은 '일의 고단함'에 있다. 수 많은 아르바이트와 정식 사회 데뷔(정규직 고용)를 통해 돈을 벌어보니 깨달았던 것은, 노동은 결국 피고용인의 시간 투자이고, 피고용인의 시간의 가치에 비례하여 월급이 책정된다. 아주 쉬운 일여도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일보다 재밌는 것들이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송파왕자가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면야 정말 다행이지만, 내가 남편이 아닌 이상 그의 마음을 100% 알알아차릴 수 없는 법. 그의 노동, 시간 투자로 내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2. 세상에 외벌이가 그렇게 많은데 왜 너만 그런 생각을?

나는 모든 사람이 힘들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각자가 번 돈을 본인의 가치에 맞게 써야 한다고 믿는다.

이건 100% 내 경험에서 기인한 생각이다. 한국에 있을 때 내 직업이 나에겐 너무 고단했다. 개발자라는 직무는 내 적성에 100% 맞았지만, 일했던 분야가, 아니 일하는 방식이 나와 100%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주요한 이유로 꼽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일에서 월급에 맞먹는 재미와, 성취를 느끼기 보다는 지침, 힘듦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가 일을 하면서 주요하게 느꼈던 감정들이다. '남이 힘들게 번 돈을 내가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생각에서 이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아직 부부 관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듯 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우리는 부부지만,결국 부부도이 아닌가?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본 적이 없던 탓에, 남편과 내 사이를 여전히 연애 시절 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시절 밥을 번갈아 가면서 사고, 각자의 생일을 챙겨주고, 서로 균형을 유지해왔으니까. 반면 지금, 남편이 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내 이성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부부가 진정 가족이 되는 순간은 자녀를 낳았을 때이다. 이런 연결고리가 없는 지금 남편에게 기대는 상황이 과연 그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인건지.. 또 생각한다.


어제 만난 학교 선배는 '이미 부부인데 왜 그런 고민을 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나도 미국에서 외벌이 하는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친구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또 다른 생각을 한다.

내가 남편을 아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월급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사랑을 보여주는 나만의 방식이 아닐까..

이 감정은 내가 Job을 구하거나,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 참고

남편이 돈으로 저를 옥죄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저 혼자 이러는거에요..

저는 법적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 그리고 저도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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