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1년 후기

많은 도구가 속도가 되지 않는다

by TomJeong

바이브 코딩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됐다. 처음엔 단순했다.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면 내가 빨라지겠지 싶었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도구를 늘렸다. 플러그인도 붙이고 템플릿도 깔고 에이전트도 쓰고, 심지어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같은 것들까지 만지기 시작했다.


근데 이상했다. 도구는 늘었는데 속도는 잘 안 늘었다. 정확히는 출발은 빨라졌는데 도착이 늦어졌다.


처음 30분은 진짜 시원했다. 이걸 이렇게까지 해줘? 싶은 순간이 계속 나왔다. 그런데 3시간 뒤에 남는 건 늘 비슷했다. 어디서 망가졌는지 찾고, 내가 원한 게 정확히 뭔지 다시 정의하고,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설명을 내가 다시 쓰고, 결국 사람한테 물어보고 조율하는 일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 생산성을 갉아먹는 건 코드를 못 써서라기보다 워크플로우가 너무 많아서였다. AI를 붙일수록 워크플로우는 더 늘었다. 어떤 날은 실제로 코드를 치는 시간보다 AI를 더 잘 쓰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방향을 바꿨다. 기존 워크플로우를 보조하는 에이전트를 더 붙이지 말자고. 대신 기존 워크플로우 자체를 없애는 데 AI를 쓰자고.


내가 늘린 건 도구가 아니었다. 테스트였다. 내가 추가한 건 에이전트가 아니었다. 성공 조건이었다. 내가 줄인 건 코드가 아니었다. 왕복 횟수였다.


예전엔 대체로 이랬다.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문서를 만들고 이슈를 나누고 PR 템플릿을 채우고 리뷰를 받고 다시 설명했다. 그런데 AI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순서가 달라졌다. 먼저 성공 조건을 한 줄로 적고, AI가 초안을 만들게 하고, 내가 테스트나 실행으로 바로 깨뜨리고, 깨진 로그를 붙여서 다시 만들게 했다. 그러면 남는 건 작동하는 결과물과 다음에 줄일 체크리스트 정도였다.


이제는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요즘 내가 돕고 있는 곳이 하나 있는데, 회사가 지금 급격하게 잘 되는 단계라 DX 요청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보통이면 사람 더 뽑고 회의 더 하고 문서 더 만들고 일정이 더 길어지는 구간이다. 근데 나는 혼자서 꽤 많은 양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고도, 고객 만족도가 높게 유지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비결이 복잡한 에이전트 세팅이냐고 하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특정 스킬 하나를 중심으로만 루프를 돌린다. 성공 조건을 한 줄로 고정하고, 바로 실행해서 깨뜨리고, 실패 로그를 붙이고, 다시 만들고, 그 패턴을 매일 반복한다. 사람이 중간에서 정리하고 합의하고 설명하느라 쓰는 시간을 AI가 대신 소비하게 만들고, 나는 결과랑 검증만 쥐고 간다. 그래서 속도가 난다. 그래서 납기가 맞는다. 그래서 만족도가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배운 게 있다. 도구를 더 붙이는 순간 나는 속도를 버리고 통제를 샀다. 통제가 늘면 처음엔 마음이 편해진다. 근데 그 통제를 유지하는 비용이 어느 순간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돈을 벌어온 방식은 대부분 사람이었다. 협업, 설득, 조율, 클라이언트의 불안을 잠재우는 말, 팀의 방향을 맞추는 회의 같은 것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크다. 근데 이상하게도 돈은 거기서 나왔다.


그래서 한동안 AI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대체해보려고 했다. 회의를 요약하게 하고 문장을 다듬게 하고 누가 뭘 말했는지 정리하게 하고. 근데 여기서도 같은 함정이 있었다. 사람 상대하듯 AI를 대하면 AI는 오히려 멀어진다. 사람에게는 맥락을 알아주길 기대하지만, AI에게 필요한 건 보통 더 단순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뭔지, 실패하면 어떤 형태로 실패하면 안 되는지, 좋다의 기준이 뭔지. 이게 전부였다.


재밌는 건 여기서였다. AI에게 감정을 섞어 말하면 더 잘될 때가 많았다. 단, 이 감정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품질 기준을 압축한 신호로 써야한다. 안정감이 핵심이다, 보수적으로 만들어달라, UX는 가볍되 공격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이 내가 수십 줄로 적던 요구사항보다 더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순간이 있었다.


지금 나는 AI 코딩 에이전트 범람 시대라는 말이 좀 우습다. 에이전트는 계속 늘어날 거고 더 화려해질 거다. 그런데 내 경험상 결국 남는 건 하나였다. AI의 본질은 추가 기능이 아니라 피드백 루프다.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깨뜨리고, 부서진 이유를 붙여서 다시 만들고, 다음부터 같은 실수 안 하게 문서로 고정한다. 이게 끝이다.


그래서 요즘은 재밌는 도구를 발견하고 도구를 늘리기 전에 늘 같은 질문부터 한다. 이 에이전트가 내 워크플로우를 도와주는가, 아니면 없애주는가. 도와주는 거면 대개 보류한다. 없애주는 거면 그때만 쓴다. 어차피 다음에 보면 더 좋은 도구가 또 나와있다.


지금은 AI 스킬이랑 서브 에이전트가 범람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나는 이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고 싶다. 근데 돈을 벌기 위한 진짜 능력은 다양한 에이전트를 잘 쓰는 게 아니라,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에이전트만 쓰도록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믿는다. 에이전트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문제에 맞게 에이전트를 줄이는 사람이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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