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검거고리.text
가끔 경조사를 통해 만나는 동창생 대부분은 내가 광고일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한다.
"불량하고 공부도 못했던 애가 어떻게?" 아마 이런 생각일거다.
동거동락하던 친구도 가족들도 믿지 않지만 철없이 행동했던 학창 시절에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일들을 늘 하고 있었다.
불법 공유사이트, 상세페이지 제작사, 쇼핑몰 등 다양한 일을..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되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수 년 전인 중학생 시절, 장래를 바꿀 첫 전환점을 만났다.
한 친구가 컴퓨터와 연결된 교실 대형 TV를 통해 무언가 보여주며 으스대고 있었다.
"이거 내가 만든 사이트야! 하루에 만 명이 들어온다고~!"
인터넷이 활성화된 지 얼마 안 된 시절.. TV를 통해 나오는 사이트를 보고 반 아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공부도 잘하고 늘 반듯한 친구가 이번에도 범생이 같은 일을 벌였겠지 생각하며 무덤덤하게 TV를 보았다.
당시 친구가 보여준 사이트는 지금의 공유사이트의 모태가 된 와레즈라는 사이트이다.
저작권 법을 어기는 불법 사이트이며 게임, 소프트웨어, 영화 등을 모아둔 자료실 같은 것이다.
학교에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날 집에 가자마자 검색창을 뒤졌다.
"홈페이지 만들기"
한참을 인터넷을 뒤진 후 그래픽 툴 포토샵과 나모 웹에디터라는 홈페이지 제작 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날부터 내 머리엔 온통 포토샵과 나모 웹에디터가 가득 찼다.
무섭도록 빠져들었다. 며칠 밤낮으로 컴퓨터를 잡고 관련 인터넷 강좌를 찾아 파고들었다.
(어린 시절 느끼는 흥미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유년기는 흡수가 빠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관심이 있으면 배우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전문가가 되기 쉽다. 내가 지금 다룰 줄 아는 그래픽 툴 스킬 대부분은 이 시절 독학으로 배운 것들이다.)
밤낮으로 강좌를 파고든 결과 독학만으로 홈페이지 제작 툴들을 익혔고 일주일 만에 와레즈를 만들 수 있었다.
와레즈의 운영 방식은 이러했다.
나와 부운영자들이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나 게임을 사이트 내 각각의 카테고리(영화.게임.소프트웨어 등) 게시판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
배너 광고를 종종 받긴하지만 운영을 통해 얻는 것은 별로 없었다.
당시 부운영자들도 성취감이나 취미로 각각의 게시판을 운영했던 것 같다.
웃긴건 부운영진의 나이도 사는곳도 몰랐다. 예상하기론 나와 비슷한 중.고등학생이었을 것이다.
얼추 만들어진 와레즈 링크를 들고 당당히 학교에 등교했다.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힘들게 만든 사이트를 별거 아닌 일인 듯 TV에 띄우고 반 친구들과 먼저 사이트를 만든 반듯한 친구에게 큰소리를 쳤다.
"어때 나도 하나 만들었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먼저 와레즈를 만든 반듯한 친구와 친해졌고 어느덧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몇달 후 친구가 운영하던 사이트는 일 카운터가 2~3만 명이 찍히는 TOP 사이트가 되었고, 내 사이트는 일 8000여 명이 방문하는 중간 랭킹의 와레즈가 되었다.
그러나 일은 터지기 마련이다.
언제나 반듯한 친구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목사 아들인 친구가 경찰서 소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당시 불법사이트를 일제 단속하는데 하필이면 그 녀석의 사이트가 적발된 것이다. 목사의 아들이 불법사이트라니..
내 인생의 전환점이 그 친구에게는 변환점이었던 것 같다. 더 착실한 삶을 살 수 있게 된ㅋㅋ
그 계기로 친구는 암흑세계를 떠나게 됐고 나는 친구의 사이트를 인계받았다.
그참에 나는 내 사이트와 친구의 사이트를 통합해버렸다.
과거를 반성하며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