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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설민 Apr 12. 2018

(2화)나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였다.#2

800만 명이 접속한 불법 사이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전 글에 이어서)


친구가 경찰서에 훈방되고 난 뒤 나는 친구의 사이트와 내 사이트를 통합했다.

그렇게 나는 사이트를 운영한 지 몇 달 만에 국내 최대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되었다.


친구에게 무턱대고 사이트를 인계받은 중학생은 큰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통합된 와레즈를 운영하면 나 또한 언젠가 경찰서에 소환당할 것이 불 보듯 뻔했기때문이다.

며칠을 고민한 후 나는 한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많은 고정 트래픽을 가진 불법 사이트를 합법적 사이트로 변환하는 것!

당시에는 라이코스, 야후와 같은 해외에서 물 건너온 검색엔진과 네이버와 다음 같은 토종 포털이 있었다.

외국계 검색엔진과 국산 포털도 초창기 시절이었고 검색과 동시에 메일 서비스에 주안을 둔 서비스를 하고 있을 시기였다.

여기서 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검색엔진을 구성할 엄두는 내지 못했고 시작페이지로 전환을 꾀했다.

시작페이지란 사람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의 링크를 카테고리 별로 나눠 한 페이지에 구성을 해놓는 웹페이지를 말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인터넷을 처음 켰을때 현재의 네이버와 같이 첫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사이트이다.

생각이 난 김에 바로 실행을 했다. 자료실을 폐쇄시키고 사람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링크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면 사이트 설명이 나오게 했고 여러 포털의 검색과 로그인을 내 페이지에서 한번에 할 수 있게 만들었다.(포털을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메일 사용이 목적이었기에 로그인을 내 페이지에서 할 수 있게 한다면 내 시작페이지의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과거 웹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어렵게 찾은 시작페이지로 변환한 초기 인터페이스(카운터가 800만명;;)

위와 같이 단순한 형태였지만 당시 네이버와 다음도 단순한 인터페이스였음을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은 듯하다.

네이버의 초창기 인터페이스


아쉽게도 업데이트 후 시작페이지의 이미지는 구할 순 없지만 계속 변화를 줬다.

상단에 간단한 인터넷 뉴스를 볼 수 있는 프레임을 넣고 커뮤니티 게시판을 넣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트래픽(방문자)이 줄기 시작했다.

와레즈(불법자료사이트)일때 일 방문자가 3만 명 이상이었다면 시작페이지 개설 후 1만 명 미만으로 방문자가 하락했다. 시작페이지를 접을 때는 일 카운터가 8000명 미만으로 찍혔던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트래픽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조금 더 시간과 인력을 투여해서 번듯한 포털로 운영을 했더라면 과 같은 늦은 후회를 종종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프로그래밍을 하던 친구를 꼬셔서 자체적으로 검색엔진 프로세서를 구축했을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호흡을 맞춘 영재에 가까운 친구가 있다.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의 친구였는데, 그 친구와 본격적으로 포털 전환 작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몇 달을 운영하다 흥미가 떨어진 나는 사이트를 정리를 했다.

내 인생의 변환점의 시작은 불법 사이트였으나 그 계기로 웹디자인을 비롯, 새로운 인터넷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컴퓨터는 포트리스(당시 유행하던 게임) 할 때만 사용하던 중학생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 시점이기도 하다.


내가 유년시절 만난 닷컴 버블 시대는 지금과 비슷한 것 같다.

20세기 말부터 2000년대 초, 벤처붐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스타트업 붐이 일어났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닷컴 버블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의 집중을 받고 있다.

몇 해 전 중학생 팀이 만든 "하루"라는 SNS를 본 적 있다.

하루에 글을 쓰면 말 그대로 하루 뒤에 글이 사라지는 로직이며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기능인 "오호라"를 누르면 글이 노출되는 시간이 24시간 더 추가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불필요한 글은 삭제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글만 살아남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10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냅챗과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스냅챗보다 더 영리하고 트렌디한 서비스이다.

우연한 계기로 초급 코딩을 배운 두 중학생이 흥미를 가지고 기획하고 만든 SNS 치고는 놀라운 개발이 아닌가?!

(다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체계적인 운영이 받침 되지 못함으로 더 이상 발전 및 운영이 안된 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를 만든 두 개발자/ 출처 : http://www.harooo.com

나도 그랬고, 하루를 만든 학생들도 그랬듯, 새로운 기술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진 어린 학생 언제나 존재한다.

이런 주니어들은 흥미 하나로 빠르게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며 우리나라 4차 혁명을 이끌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나이를 불문하고 실력 있는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는 세상이 왔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거도 그랬고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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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시작페이지를 말아먹은 나는 인터넷 쇼핑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기승전 내 이야기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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