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처럼 다가온 비밀의 화원

병상에만 누워있던 콜린을 움직이게 한 것은...

by 설작가

몇몇 가정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는데

비밀스러운 제목에 낚인 아이들은

다음 책을 <비밀의 화원>으로 정했다.


이 책은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묘하게 맞물리며

여러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가 떠올랐다.


자신만의 고집과 망상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병상에 누워 히스테리를 부리는 콜린의 모습은

상태가 안 좋을 때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었고


그런 아버지를 간병하는 나는

때론 쩔쩔매는 하녀였고,

맞서서 소리치는 메리였고,

외면하는 클레이븐이기도 했다.


콜린이 치유되는 모습을 보면서는

아버지가 치유되는 데에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상에 누워만 있던 콜린을 움직이게 한 것은

의사의 진단, 조언이 아닌

메리가 들려주는 바깥세상 이야기,

비밀의 화원 이야기를 통한 호기심 유발이었다.


난 어떻게 아버지의 재활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지난주 금요일, 간병하러 가기 전

부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한 직원이 기분 전환도 할 겸

예쁜 브런치 카페를 가자고 했다.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와 도착한 카페는

비밀의 화원을 연상시켰다.

화원2.jpg 온갖 꽃과 나무로 둘러 싸인 입구, 그 뒤로 보이는 범상치 않은 3층짜리 건물이 카페다.
화원1.jpg 이 수많은 꽃과 나무는 어머님이 다 관리하시고(이날도 한창 분주하셨다.) 카페는 며느리가 운영한다고 했다.
화원3.jpg 카페 1층. 카페 안도 꽃이 가득하다.
화원4.jpg 카페 2층. 그리고 밖으로 펼쳐진 야외 테라스. 2층에 이런 잔디밭이 있을 줄이야. 비밀의 화원 같았다.


이곳에서는 3만 원 이상 음식을 주문하면

마음에 드는 화분을 하나 골라 가져갈 수 있다.


평소 백일홍, 동백꽃 같은 빨간 꽃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에게 어울릴 것 같은 화분을 하나 골랐다.


이 꽃에 물을 주고 가꾸는 아버지를 그리며,

콜린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시길 바라며...



아버지는 꽃이 예쁘다며 좋아하셨다.

검색해 보니 "일일초"라는 꽃이었다.

매일 한 송이씩 꽃이 피어 붙여진 이름.

"즐거운 추억"이라는 꽃말도 참 좋다.


병원에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겠지만

하루하루 즐거운 일들을 발견하고

좋은 추억 만들어 가시길...

SE-98b11bf7-a906-43f1-af97-14d081e1d2fa.jpg 재활치료실에 놓은 일일초


독서모임을 통해 비밀의 화원을 읽게 된 일,

간병하러 가기 직전

비밀의 화원 같은 카페에 가게 된 일,

일일초라는 화분을 얻게 된 일련의 일들이

그저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밀의 화원>은 내게

이처럼 비밀스러운 일들을 안겨 주었다.


어쩌면 늘 존재해 왔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나의 관심만큼 새롭게 해석되고

의미가 더해지며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


평범한 깨달음이지만

요즘 반복적으로 체험하면서

평소와 다른 강도로 와닿는다.


일일초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평범한 일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일초>라는 시가 있어 옮겨 본다.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도미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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