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만 누워있던 콜린을 움직이게 한 것은...
몇몇 가정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는데
비밀스러운 제목에 낚인 아이들은
다음 책을 <비밀의 화원>으로 정했다.
이 책은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묘하게 맞물리며
여러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가 떠올랐다.
자신만의 고집과 망상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병상에 누워 히스테리를 부리는 콜린의 모습은
상태가 안 좋을 때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었고
그런 아버지를 간병하는 나는
때론 쩔쩔매는 하녀였고,
맞서서 소리치는 메리였고,
외면하는 클레이븐이기도 했다.
콜린이 치유되는 모습을 보면서는
아버지가 치유되는 데에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상에 누워만 있던 콜린을 움직이게 한 것은
의사의 진단, 조언이 아닌
메리가 들려주는 바깥세상 이야기,
비밀의 화원 이야기를 통한 호기심 유발이었다.
난 어떻게 아버지의 재활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지난주 금요일, 간병하러 가기 전
부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한 직원이 기분 전환도 할 겸
예쁜 브런치 카페를 가자고 했다.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와 도착한 카페는
비밀의 화원을 연상시켰다.
이곳에서는 3만 원 이상 음식을 주문하면
마음에 드는 화분을 하나 골라 가져갈 수 있다.
평소 백일홍, 동백꽃 같은 빨간 꽃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에게 어울릴 것 같은 화분을 하나 골랐다.
이 꽃에 물을 주고 가꾸는 아버지를 그리며,
콜린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시길 바라며...
아버지는 꽃이 예쁘다며 좋아하셨다.
검색해 보니 "일일초"라는 꽃이었다.
매일 한 송이씩 꽃이 피어 붙여진 이름.
"즐거운 추억"이라는 꽃말도 참 좋다.
병원에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겠지만
하루하루 즐거운 일들을 발견하고
좋은 추억 만들어 가시길...
독서모임을 통해 비밀의 화원을 읽게 된 일,
간병하러 가기 직전
비밀의 화원 같은 카페에 가게 된 일,
일일초라는 화분을 얻게 된 일련의 일들이
그저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밀의 화원>은 내게
이처럼 비밀스러운 일들을 안겨 주었다.
어쩌면 늘 존재해 왔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나의 관심만큼 새롭게 해석되고
의미가 더해지며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
평범한 깨달음이지만
요즘 반복적으로 체험하면서
평소와 다른 강도로 와닿는다.
일일초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평범한 일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일초>라는 시가 있어 옮겨 본다.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도미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