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이제 야구를 그만둘 때가 된 건가.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구위도 예전 같지 않다.
왕년의 에이스가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팀원들 보기도 민망하고 자신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만 던지고 싶다. 나한테 오지 마라.' 바란 건 처음인 듯.
'나한테만 걸려라'를 외치던 놈이
이렇게 망가지다니...
민이형도 이제 늙었네~
우리 팀의 갓 쉰이 된 언니-곧 쉰이 될 언니-반올림하면 쉰이 된 언니 트리오가 구석에 있는 철봉에 무릎을 거친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나란히 그러고 있으니 흡사 박쥐 인간 세 마리 같았다. (중략)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상체를 들어 올려 이마가 무릎에 닿기 직전까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스무 개씩, 세 세트를.
넋을 잃고 보고 있는 내게 언니 중 한 명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어유 야, 놀랄 것 없어. 너도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나도 네 나이 때는 딱 너 같았는데, 너도 내 나이 돼 봐.
그럼 이렇게 할 수 있다니까?"
- 김혼비, <다정소감> 中 -
형님, 요새 뭐 좋은 거 드세요?
어떻게 실력이 더 좋아져요?
너도 내 나이 돼 봐.
그럼 이렇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