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브런치에 <잠시만 안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몽골 여행 전 몸을 만들어
야외 온천에서 인생샷을 찍겠다는 목표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막걸리는 '잠시만 안녕' 한다는 내용의...
나를 아는 사람은 이놈 또 시작이네 싶었겠지만
분명 그땐 진심이었다. 그래도 이틀은 갔다.
하지만 그날 이후 '부득이한' 날들이 계속됐다.
열심히 운동하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보람찬 하루,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날,
아이들이 너무 예뻐 같이 놀고 싶은 날,
야구경기 승리를 거두고 자축하는 날...
사람들은 기분이 꿀꿀한 날 술을 마신다는데
나는 기분 안 좋은 날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문제는 기분 안 좋은 날이 없다는 거다.
"내일이 무슨 요일이지? 목요일인가?"
며칠 전,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에 윤이가 답했다.
"역시 이게 직장인의 삶이군요.
직장인들은 주말만 바라보고 퇴근만 기다리고...
매일매일이 힘들 것 같아요."
긴 방학에 매일 놀고먹는 윤이가 보기엔
직장인 아빠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아니야~ 아빠는 회사에서도 재밌어~
퇴근 이후에는 더 재밌고~
퇴근 이후에 아빠처럼 다이내믹하게 사는 사람
아마 많이 없을 걸?"
"그건 맞아요.
아빠는 지구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아요.
아니,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요.
그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니까요."
내가 행복하게 사는 하루하루의 모습이
아들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구나.
야구 레슨장에서 땀 흘려 운동하고 돌아와
막걸리 한잔 하는 나날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니...
이런 '부득이한 경우'를 봤나~
이제 사명감을 갖고 마셔야겠다.
행복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없는 날들이
얼마나 행복한 날들인지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모르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야 비로소 알지.
- 박웅현, <문장과 순간> 중 -
무탈하게 소소하게 즐거운 하루.
요즘 내가 하루하루 느끼는 행복이다.
긴 병과 싸우고 계시는 아버지,
긴 간병에 일상을 잃은 어머니를 보며
이런 하루하루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건강한 몸으로 다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자주 생각한다.
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면?
아니, 검지 손가락 하나만 다쳤어도?
지금처럼 야구를 즐기며 살 수 있었을까?
지금 순간에 감사하며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자는 주의로 살고 있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살아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
더 크고 깊고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더 충실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시간의 밀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산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청구서를 내밀죠.
- 최인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중 -
지금처럼 순간의 행복만 좇고 살다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만만찮은 청구서를 받을 것 같다.
인간은 머물지 않고
변화하며 성장해야 한다.
그럴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시대의 안정적인 삶이란,
항상 도전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성취하는 만족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 몸에 활력이 생기고
기쁨이 넘치고 생의 의미가
충만해진다.
이런 상태를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안정'이다.
- 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중 -
요즘 야구에 있어서는 성장하고 있음을,
행복감을,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야구 이외에,
도전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성취할
무언가를 찾아 몰입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아들에게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아빠는 지구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