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사랑에 대하여

햇설의 에세이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감정 기록”

by 햇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 같다고 말하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결핍이 있는 사람이다.


그중 하나는 바로,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어렴풋한 감정이다. 어릴 때부터 늘 어딘가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덜 채워지는 듯한 감정이 나를 따라다녔다.


태어날 때부터 아픈 언니가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후순위의 자리에 익숙해졌다. 부모님께서는 나에게도 적절한 사랑을 주셨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가끔은 나 스스로보다 내가 우리 가족을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이해하려 애썼던 장면들이 많았다. 가족의 온전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부모님은 늘, 언니가 아프고 집안 사정이 어렵다 보니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계셨던 것 같다. 그런 바람은, 사춘기의 나에게는 ‘애정보다 더한 엄격함’으로 다가왔다. 그 시절의 나는 늘 숨이 막히듯, 목을 졸리는 듯한 감정 속에서 자아를 세워야 했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일찍이 ‘인생은 셀프구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서적 지원도, 물질적 도움도 많지 않았기에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믿었다.


“가족도, 돈도, 제도도, 누구도 나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 단단한 자아의 틀을 나는 그때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보통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그 환경을 탓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내게 주어진 유리천장을 매번 깨부수며 살아왔다.


덕분에 여전히 도전적이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사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표현 방식이 달랐던 것뿐이다.


내가 몸이 많이 아프면, 두 분 다 말없이 영양제와 건강한 식사를 챙겨주셨다. 균형 잡힌 반찬, 따뜻한 국,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사랑을 느꼈다.


또 나는 아빠와 손잡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 손을 꽉 잡고 걸을 때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안전한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비로소 깨달았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온도가 있다는 걸.


어린 시절, 온전하지 않았던 사랑. 하지만 그 결핍이 나를 더 깊게 만들었다. 부모님의 사랑은 내 안에 어렴풋하게 있었고, 나는 이제 그것을 스스로 꺼내어 어루만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