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빴던 하루, 엄마는 나를 기다렸다

엄마를 그리다

by 설 언니



명절 전날, 엄마의 가게는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
예약 손님이 밀려들고, 주방은 연기와 사람 소리로 가득하고 가게 앞은 명절 고기세트를 픽업하러 오신 분들로 붐볐어요
갈비 숯불에 굽는 냄새에다 주방이모들은 땀을 닦으며 이쪽저쪽 뛰어다니고 계시는 날이였어요.

우리 가게는 가운데 화단이 중정처럼 자리 잡고 있고 한옥이라 방마다 문턱이 높아 이모들이 쟁반을 들고 다니면서 써빙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이방 저 방 많이 있었기에 그 시절 일하시던 이모들은 수고가 진짜 많았죠.

“이거 선물용 맞죠?”하루 종일 끊임없이 엄마를 부르는 날이었어요
그날 학교 끝나고 조금 늦게 도착했어요. 오늘 바쁜 날인데 내가 가면 짐이 되지 않을까? 정신없는데....

싶어 조심스레 가게 문을 열였죠. 그런데 주방에서 엄마가 불쑥 내 이름을 부르셨어요.

"설아 왔어? 엄마 기다렸어" 그 한마디에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엄마 심부름을 기다렸죠

정말 바쁜 날이었고, 엄마는 하루 종일 식당 안팎을 뛰어다니고 있었을 텐데,

그 와중에도 ‘기다렸다’는 말을 해주시다니. 내가 없으면 어떨할뻔했데 엄마 나도 엄마에게 큰소리로 이야기를 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우리 막내 얼굴 한번 보고 싶으셨던 걸까?

마루에 있는 바구니에 마늘이 가득했어요. "설아 마늘 까줘" 작은 손으로 일손을 보태 마늘을 까기 시작했어요

바쁘지만 일하시며 나에게 말도 걸어주고 일하다 막내만 봐도 힘이 난다고 엄마가 일하는 이모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 순간 엄마맘이 전해지니 찡했어요. 울 엄마 바빠 함께 놀아주지 못해도 가게에서 조금이라도 나를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엄마는 그런 분이었어요. 아무리 바빠도 가장 소중한 것만은 놓치지 않으셨어요.


일이 끝나고 가게 문을 닫기 전에도 주방을 한 바퀴 돌며 음식재료 살펴보시고 점검하고 이모들에게 늘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라고 인사를 잊지 않으셨어요. 분주함 속에서도 누군가를 챙기고 기억하는 기다리는 마음
그게 우리 엄마가 가진 장사의 본질이었어요.


지금 저는 1인코치로 소상공인과 창업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가끔 생각하게 돼요. "나도 지금 가장 바쁜 날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인가?
한 달의 매출 일정 프로젝트에 치여 정작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놓치고 있지는 아닌지 고객을 숫자나 데이터가 아닌 기다리는 마음을 바라보고 있는지 엄마는 장사를 통해 우리를 먹여 살리셨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을 바라보는 자세까지 저는 물려 받았어요

장사는 결국 기다리는 일이라는 엄마의 말 이 생각이 나요. 손님이 오길 기다리고 재료를 다듬으며 기다리고 그리고 누군가와 다시 마주 앉을 수 있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그날 가장 바빴던 날 엄마는 나를 기다렸 다는 그 기억하나로 나는 오늘도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일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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