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쏟은 한 달,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 진심을 다해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최종 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그날 밤, 내일이 되면 내 인생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었지만 그런 나의 기대는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
원래 집착이 심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열심히 노력한 무언가를 실패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그 뒤로도 난 계속 같은 곳을 향해 돌진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전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런 상황을 다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도 결과적으로 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을 끝끝내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그 일은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지배했던 일이었다. 간단하게 훌훌 털고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없는 일이었다
I needed closure.
내 가슴속과 머릿속에서 이와 관련된 일을 확실하게 종결 짓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이 과정이 정말 필요했다. 이곳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 이곳에서 반드시 통과하고 가야 할 것들 중 하나가 이 ‘종결 과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없었다. 십 년을 망령처럼 날 쫓아다닌 그것이었다. 내가 마음먹는다고 쉽게 사라질 것이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날 지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어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문득, 내가 왜 그렇게 그것에 집착했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그저 내 꿈이니까 당연히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 밖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그게 내 꿈이면 그 꿈을 이루는 과정도 즐거워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난 전혀 즐겁지 않았다.
'이번에도 안되면 어떻게 하지? 가족들을 무슨 낯으로 봐야 하지?'
많은 질문들이 날 힘들게 했을 뿐이었다. 꿈을 이루려는 모습은 칭찬받을 만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거치는 내 모습은 전혀 칭찬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즐기지도 못할 거면서 그렇게 매달렸던 내 모습이, 지금까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그 모습이 이곳에서 나름의 상황을 즐기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 꿈과 관련된 일만 제외한다면 내 인생도 엄청나게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그것 하나 때문에 다른 것들이 주는 기쁨마저 무시하면서 바보같은 자세로 삶을 이어 나갔다. 이제서야 이런 것을 느껴 안타깝기 보다는 이제서라도 느끼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I found it.
목표로 설정하긴 했지만 결국 찾아낼 수 있을까 의심했던 것이었는데 거짓말처럼 원하던 그 무엇인가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이제 실패했다는 패배감대신 삶의 어느 한 순간 내 열정을 쏟아 부어 무언가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란 생각으로 전보다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최고의 수확이다.